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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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로는 이틀 후 강의 하구에서 발견되었다. 거의 물에 녹아 있었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구마노강에 헤엄치러 가지 않았다. 그리고 뗏목도 몇 년 지나서부터 떠내려오지 않았다. 아키히로가 죽은 것은 7년 전 여름이다. (-19-)


작년에 나는 열여덟 살이었다. 한탄도 슬픔도 아닌 감정이 마쓰코와 다카오의 죽음과 겹쳐 ,나를 숨이 갑갑하도록 뜨거운 상태로 몰아넣는다. (-61-)


나는 물안했다. 나의 일상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불안했다.나는 음모가 돋기 시작한 소년처럼 알몸인 채로 욕실의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머리, 얼굴, 목, 가슴, 다리를 점검해보았다. 나의 벗은 몸은 당당했다. 건강하고 남자다운 몸이다. 그렇게 확인했는데도 내 몸속에 파고든 말랑말랑한 불안 덩어리는 녹지 않았다. (-116-)


바람이 세졌다.나는 미쓰루의 몸에 들러붙은 채, 산 너머로 기우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오토바이의 모습을 상상했다.다리 건너편에 있는 우도노 제재소에서 잘게 자른 나무를 실은 초록색 대형 트럭이 나와 , 다리 가운데 아스팔트가 벗겨져 생긴 구멍을 지나서는 차체를 흔들며 다가와 우리를 위협하며 지나갔다. 
 "씨팔!" (-171-)


나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 누나를 슬프게 하고, 형을 죽이고, 나까지 욕보이고 숨 막히게 한 모든 것을 증오한다. 그 무렵부터 나는 나 자신으로 인해 신화를 잃었다. 내 몸에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폐옥의 우물처럼 잡초가 빈틈없이 돋기 시작했다. (-221-)


나는 바다에 녹아든다. 이제는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몸 속의 근육이 떨리고, 경련을 일으킬 만큼 강렬하게 사정하는 순간이 자가오고 있다는 것을 하늘의 계시처럼 느낀다. (-243-)


생각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작가 나카가미 겐지의 <18세,바다로>이다. 이 소설은 1946년에 태어난 나카가미 겐지의 18세에서 23세까지 쓴 단편소설들을 모은 작품으로서, 1960년대에서 70년대 일본인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그러한 작품이다.지극히 내밀한 감각,그 감각 안에 있는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욕구, 그 너머에는 막연한 죽음에 대한 불안이 현존하고 있었다.불확실하였고, 불안하였기 때문에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 육체적인 탐닉에 집중하게 된다. 10대 아이에서 이제 사회에서 먹혀드는 어른이 되어가는 그 인생의 전환점에서 그들이 보는 다양한 메쏘드를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나카가미 겐지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유명한 일본 작가이며, 소설 <곶>으로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내에 번역된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목탄>은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죽음와 섹스, 이 책을 함축하는 단어들이다. 몸에 대한 호기심이 분출하기 시작하면서,주변을 관찰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현존하고 있었다.단편 <18세>에서는 바다에 빠져 익사한 소설 속 주인공을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어른이 바라보는 죽음과 10대 청소년이 바라보는 죽음은 서로 상반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다카오와 미쓰코>에서 죽음을 언급하고 있다. 즉 이 소설에서는 저자 스스로 '너무나 잔혹한 젊음'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체를 깊게 채우고 있었다. 십대 특유의 감각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 저변에 숨겨진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확실한 시간들을 읽을 수 있다.나의 삶과 저자의 삶을 서로 교차해 볼 수 있어서 단편과 단편이 서로 엮이게 되는, 상당히 인상적인 일본단편 연작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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