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당신이 참 보고 싶은 날이네요 -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추모하며
보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졸업반이었던 그는 공부하러 가면 한 달씩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곤 했는데, 삐삐라고 부르던 호출기를 가지고 다녀 내가 연락해 놓고 기다릴 때가 많았다.밤에 동네슈퍼라고 전화가 와서 나가면 평상에 앉아 새우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술한잔한 그 사람은 "내가 널 사랑할 테니 너도 날 사랑하라."라고 말했다. (-32-)


"너 똑똑히 들어.내 인생에 두 번 이혼은 없다.난 결혼 한 번 했다 뿐이지. 깨끗하고 스님 같은 놈이다. 여자 없이도 산다고.내가 아직 날 모르나 본데, 나 독종 양기호야. 너 내 앞에서 사랑 타령하지 말고 시도 읊지 마,그리고 눈물 보이지 말고."
사랑하는 남편이 갑작스럽게 쏟아낸 차가운 말에 난 매우 당황스럽고 슬펐다.난 아들 방에서 눈물범벅이 된 채 밤을 새웠고, 자음 날 아침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물 한 컵만 마시고 출근했다. (-89-)


한 달 후 그 사람이 자식들이고 남편이고 신경 쓸 것 없이 오직 나만 위해서 쓰라며 돈 1천 만원을 주며 말했다.
"우리 엄마 미워하지 마라, 그래도 너 많이 예뻐하셨잖아."
그날 난 애들한테 특별 보너스라며 돈을 조금씩 나눠주었고, 둘째 딸은 이게 왠 떡이냐 기뻐하며 "아빠,적금 탔어?" 라고 물었다. (-136-)


"그 누구도 남의 인생 가지고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어.오늘의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인생 끝까지 살아봐야 아는 거다.남들 말에 신경 쓰지 말고 상처받지 말아라."
나는 사람의 말을 단어 하나도 흘려듣지 않고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174-)


2018년 9월 4일, 그렇게 그는 가버렸다.내 생각은 항상 건강한지, 영혼은 제자리에 있는지 생가하면서 잘 살다 오라고... (-238-)


꽃은 피었다 하더라도 내년 봄에 다시 필 수 있고, 나무들도 겨우내 헐벗었던 옷을 봄이면 늘 다시 차려입는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다.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생로병사다.
우리 남편 양기호가 벽을 짚고 설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곁에 있었으면 하는 내 절절한 심정을 그 누가 알까. (-297-)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살아생전 무엇을 남겨 놓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아름답게 볼 수 있고,비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삶의 철학과 의미, 그것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죽음이 무엇을 남겨 놓느냐에 따라서 죽음 이후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저자 이름은 보리였다.본명은 최명희, 애칭으로 명바라, 보리로 불리고 있으며, 아이들은 멍순여사로 부르고 있다. 화목한 가정, 따스한 가정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의사이자 남편 양기호와 결혼하게 된 저자는 한의사 남편을 둔 덕분에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책임감 강한 아빠, 존경하는 한의사,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 바로 한의사 양기호를 이야기하고 있었다.2015년 갑자기 살이 빠지게 되면서 ,췌장암이 걸렸던 저자는 암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2018년 안타깝게도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한 여성만 바라보고, 스스로 독종이라 말하는 저자의 삶의 철학,지헤로운 삶은 다시 한 뻔 꼽씹어 볼 수 있었다.즉 그의 흔적들, 그가 남겨놓은 사랑은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느껴진다.때로는 독종이었고,때로는 일방적이었지만, 한편으로 아내를 챙길 줄 아는 남편이었다.집안의 화목은 아내가 아닌 남편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아내를 사랑하고, 어머니를 위하는 그 마음, 남편으로서,아들로서,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비록 70이 안 된 나이에 아내를 홀로 남겨 놓고 떠난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저자 최명희씨의 애틋한 그 사랑, 사랑의 본질과 가치, 부부의 행복과 가저으이 행복,가화만사성은 소소한 것을 채겨주는 마음 씀씀이에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