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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눈물
백시종 지음, 이준섭 그림 / 문예바다 / 2020년 10월
평점 :
어쩌면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을까.
저 형형한 눈빛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무엇을 의미하기에 저처럼 레이저광선 같은 파란빛을 띠고 있을까.
과연 저 눈빛을 형상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5-)
중앙시장과 여객선 뱃머리와 그리고 여수역으로 가는 삼거리 중심에 여수 경찰서가 있었다. 그 길목에 포승줄에 묶인 남자들이 시래기처럼 엮여 다섯 명인다 여섯 명인가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가마니가 이불처럼 덮여 있었지만, 그 밑으로 흐르는 피 범벅까지 감출수는 없었다. (-7-)
나는 그 눈빛에서 여러가지 문자를 찾아냈다.
-조국, 민족, 항쟁, 반란, 국가 폭력, 인간성 말살, 참담, 분노, 격정, 억울, 환멸, 사랑.... (-73-)
애국 인민에게 호소함
우리는 조선 인민의 아들, 노동자 농민의 아들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명이 국토를 방위하고 인민의 권리와 복리를 위해서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제주도 애국 인민을 무차별 학살하기 위하여 우리를 출동시키려는 작전에 조선 사람의 아들로서 조선 동포를 학살하는 것을 거부하고 조선 인민의 복지를 위하여 총궐기하였다.
1.동족상잔 결사반대
2.미군 즉시 철퇴
제주도 토벌 출동거부 병사위원회 (-144-)
"그렇습니다.'건준'이란 조직은 완벽한 공산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 하부조직까지 도맡아 남쪽 땅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는 중입니다." (-203-)
"몽양의 죽음은 '건준'조직의 와해를 의미했다.그동안 잘도 지켜지고 있던 지역의 패권이 하루아침에 몽양에서 이승만 쪽으로 기울거나,아예 무너져 버리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1947년 7월 19일에 피살된 몽양 여운형의 장례식이 그해 8월 3일 거행되었다. (-213-)
김종원은 상식적인 사람이 아니었다.짐승이라도 그렇게 몰지각한 짐스이 없었다.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흉측하고 흉악한 악귀였다.실제로 김종원은 전투에도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작전을 통해 적을 물리친 전과보다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사소한 트집으로 사살한 아군의 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그래서 '학살에는 귀신, 전투에는 등신'이라는 공공연한 평판을 얻었으며, 여북하면 김종원 본인이 성경책을 앞세워 그토록 공을 들였던 미군 고문단의 평가조차 최억이었을까. (-285-)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똑같이 너무나 편안한 자세였다. 황미라가 내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가슴 뿐 아니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다리가 깊숙히 끼어 있었다.우리는 나무뿌리처럼 엉켜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강장 원초적인 것은 마마도 알몸일 터다. 나도 그 같은 원초적인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언제 눈송이가 흩날렸느냐는 듯이 찬란한 햇빛이 방안 가득 채워져 있었다. (-368-)
소설가 백시종의 <여수의 눈물>에는 이상한 지명이 나오고 있다.소설의 전체 줄거리의 중심지역이기고 한 여천군이 나오고 있다.여천군은 여수시와 인접한 지역으로, 1998년 여수시와 통합하게 되었고,지명은 사라지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 서병수는 유명 사립대학교 교수이며, 1948년 언저리에 태어났다.이 소설의 메인사건이 되고 있는 여순반란 사건,책에서는 여순민중항쟁으로 언급하고 있는 1948년에 일어난 빨갱이 색출 사건을 짚어나가고 있다.
교수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폐지학교에 터를 잡게 된 서병수는 그 안에서 빛바랜 사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그 사진속 인물은 서병수의 어릴 적 삶과 개인의 삶이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이제 연락이 끊긴 어머니 양조장집 딸 김숙경, 그리고 아버지 서창만이 등장하고 있었다.이제 남편이 없어지고,김학봉을 마주하는 서병수의 입장은 쓸쓸함만 감돌게 된다.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 관점이 허구적 인물을 서로 교차시키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서병수 주변인물들의 개인사가 여순 사선의 주요 줄거리와 엮이게 된다. 실제 인물이었던 최능진,그리고 그 최능진을 지칭하는 또다른 인물의 정신분열적인 증세,그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우리의 근현대사 속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채워 나가고 있다.
여순 반란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몽양 어운형의 죽음, 어윤형은 '건준(조선건국준비위원회)'의 책임자였고, 이승만의 입장으로 본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였다.건준의 뿌리를 지워나가고, 몽양 어운형 주면 인물들을 제거하기에는 몽양이 죽고 난 다음해 일어난 여순반란사건은 이승만의 입장에서는 사회주의 운동을 기획하는 이들, 즉 빨갱이를 제거하기에는 절호의 기회였다.'그 과정에서 여수 민간인의 죽음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소설 속 주인공 서병수는 그 당시 어린 아이였다.그러나 서병수는 어릴 적 기억을 다시 채우고 싶었다. 작가의 어릴 적 기억들을 소설과 결부시키고 있으며,우리가 여순반란 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