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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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이 3천 년동안 역사의 진보를 외치며 살아왔지만 '내부분열'이라는 전혀 변하지 않은 진보의 치명적 급소를 꼬집을 때 자주 인용되는 얘기이다. 나의 크고 작은 생각이 타인과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는가. 다만 눈을 높이 뜨고 멀리 보면 작은 오솔길들도 쉽게 보인다. 그런데 눈은 멀리 보면서도 마음은 따라가지 못하고 바로 목전의 작은 차이 앞에서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오솔길에 갇혀 헤맬수록 큰길은 더욱 멀어진다. (-31-)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기를 위해서는 목숨 걸 용기가 필요하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밥줄이 끊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무릇 가장 나쁜 세상은 표현을 할 수 없는 세상이고, 그보다 더 나쁜 세상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세상이다. (-101-)


단원고 2학년 2반 이혜경 학생.
그 엄마 유인애 씨가 피눈물로 쓴 이 시집에서는 칼로 천천히 살점을 도려내고 천천히 뼈를 긁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한 번 죽지만 엄마는 수백번 죽는다. 그래서 흔히 자식을 먼저 보내는 슬픔을 '참척'이라 한다.하지만 세월호의 경우는 그 참척의 고통 이상이다.내 자식이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물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배와 배를 삼킨 잔잔한 바다를 속절없이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고통... (-163-)


신중한 태도를 요하는 이런 민감한 사안에 양심적인 발언과 비판을 서슴치 않는 지식인들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하다.그들이 등대처럼 날카롭게 성찰의 불을 밝혀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진실의 돛대는 침몰하지 않고 바다로 항해를 지속할 수 있다. (-206-)


한 번 흘러간 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 인생도 그렇다. 결코 삶이 남루하거나 덧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시 돌아로지 않고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그것만큼 공평한 것도 없고 그것만큼 자유인 것도 없다.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다시 돌아가겠는가.위의 글처럼 두 분은 점어서 얻지 못한 자유로움은 늙어서 얻었다. (-255-)


"천만에 ,당신은 절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을 뿐이에요.당신은 그냥 오가는 그런 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그렇지만 당신은 그 줄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이런 질문 같은 것이 후배의 가슴에 송곳처럼 꽂혀 조르바의 길을 선택한 듯했고,거미줄 같은 온각 삶의 제도적 연줄을 과감히 끊은 후배의 그 용기가 더없이 부럽기도 했다. (-291-)


우리에게 생은 현존한다,생이 현존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의미다. 살아있기 때문에 배신당하고,상처 입고, 누군가의 죽음을 내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다.살아있다는 것이 고통이자 슬픔이 되는 이유는 살아있어서다. 아물지 않은 삶, 슬퍼할 수 있는 자유를 얻어가는 그런 삶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을 궁현하게 된다.이산하 시인은 바로 우리의 그런 나약한 부분들을 싹싹 긁어나리고 있었다.내 안의 상처가 아물길 기다리지 말고,그 상처가 덧날 수 있으니,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삶을 선택하라고 말이다. 우리 삶은 정의와 민주,진보를 울부짖지만,이 세가지 가치를 주장하는 그 순간 이 세가지는 벼색되기 마련이고, 퇴색됨을 말하고 있었다.소위 지식인으로서의 자세,사회를 똑바로 바라보고,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가치 구현이었다.


책에는 세월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참사이지만, 지식인들의 배신이 들어가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었다. 소위 지식인들이 사회의 주류에서 기득권을 얻고자 하는 그 순간 지식인은 지식인으로서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즉 우리 사회는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즉 진부가 가지고 있응 가장 취약점,급소는 내부분열이다.그 내부분열이 각자 도생을 하고자 하자미나, 결국 역사 속에서 진보가 각자 소멸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가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오류이자,지식인으로서의 위선이기도 하다. 불길에 뒤어들 수 있는 지식인이 참된 지식인이라 말하는 저자의 관점,그것이 국가의 공권력이 투입되었던 세월호 참사 앞에서도 스스로 블랙리스트가 되었지만, 떳떳할 수 있었고, 유가족과 같이 아파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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