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 -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어쩌다 보니, 시리즈 2
안지영 외 지음 / 북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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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그날 어찌나 울었던지 결국 결석했다.먼저 간 하양이도 남편이 놀이터 화단에 묻어 주었었다. 선영이만 모르는 하양이 무덤, 우리는 그 옆에 제2의 하양이를 묻었다. 그 순간 나는 자기의 이름도 없이 하늘나라로 가게 된 새 하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딸은 고양이가 와서 먹을지도 모른다고 울면서 깊이 깊이 땅을 팠다. (-37-)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데 있다.내가 누군가를 무언가에 의지하는 순간, 그 누군가 또는 무언가에 종속된다. 우리는 목적으로 태어났기에 다른 누군가를 내게 종속시키려 해서도 안 되고, 나 스스로를 다른 누군가에게 예속시키려 해서도 안 된다. 나의 자유는 거기서 온다. 내 스스로 나 자신이 추구하고자 한 자유를 힘껏 책임지려 할 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당하지 않으면 분명 다른 누군가가 내 몫을 떠받치게 된다. (그리고 감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내 자신이 종속된다. 그도 나도 서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 어느 순간부터. (-84-)


이렇게 내가 자주 가는 곳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마만의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고,그곳에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가끔 음료수를 사서 건네기도 하고, 간단한 간식을 사서 나눠 먹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위에 쓰여 있는 곳 이외에도 국숫집,분식집, 세탁소 등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 말 그대로 단골로 지내고 있는 곳에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160-)


처음으로 큰집에서 할머니가 아닌 엄마 아빠와 자고난 뒤 집으로 돌아왔고, 며칠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할머니를 생전 마지막으로 뵈었던 그날, 여느 때처럼 할머니를 끌어안고 잤으면 지금보단 덜 슬펐을까. (-195-)


앞으로 수많은 단기 계약직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할 것이다.그들에게 이 회사는 큰 나무 아래 그늘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잠시 머물러 가는 곳이겠지만, 이 그늘에서 좀 쉬고 ,먼 길을 가기 위해 힘도 모으고, 필요한 물도 마셨던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에 하나겠지만 나로 인해 나쁜 기억이나 사회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진 않다.먼저 인생을 걸어온 선배로서 응원만 해주고 싶다. 얼마나 요즘 세상살이가 힘든지, 우리 때와는 모든 상황이 달라진 현실에 달리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묵묵히 쉬었다 가라고 지켜봐 줄 뿐. (-207-)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가 있다.보편적으로 사회 생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경계하는 속담이다. 그건 나와 생각이 다르고, 불합리하여도, 조직의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우리 사회의 관행이 묻어나 있다.여기서 모난 돌은 이 책 제목에 드러난 '보통 사람들'의 범주에서 벗어난 케이스다.그런 경우 지나치지 않다면, 개성으로 받아들이고,심하면 또라이라고 생각한다. 평화와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그것이 우리 스스로 보통사람들에 편승하려고 한다.


보통 사람들 다섯이 모였다. 신용민 기자 주도로 전업주부 아줌마 안지영, 자연과 가까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엄혜령, 음악 하나 팔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신용민, 브런치 작가 최미영, 30대 보통 여자 사람 박세미,이들은 6개월안에 책 한 권을 쓰는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되었고,네이버 밴드를 하나 파게 된다. 소위 자신의 생각과 일상, 철학과 가치관이 온전히 들어가는 토막토막 짧은 이야기가 모여 있는 글들을 채워 넣는 작업이며, 6개월 안에 책을 출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보통사람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의 취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슬픈 장면을 보고,슬퍼하는 보통사람들이다.과거 모 대통령이 말하는 기득권을 가진 그 보통사람들이 아니다. 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내게 된다.알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는 우리 삶 속에 내 삶과 타인의 삶이 엮여 있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목표와 의미를 추구하게 된다.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고, 그 안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게 된다.때로는 예기치 않은 죽음에 대해서, 주변에서 아무 문제 없다 하여도,스스로 느끼느 죄책감이 현존한다.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보통사람들의 특징이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돈이 결부된 인간관계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로서,경제적인 문제로 인하여 항상 계산기를 두들기지만, 상황에 따라서 그 계산기마저 내려 놓고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있다.먼 대형 마트를 가지 않고,가까운 구멍가게에 가는 것도 그들과 소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즉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미,이웃에 대한 가치가 현존하고 있다.돈에 집착하지만, 돈을 갈구하지 않는 삶,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 있지만, 한편으로 내 것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그 마음들이 우리에게 있으며,그 보통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소위 촛불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의 움직임이며,그 안에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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