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야 알 것 같아 -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엄마의 시간들
박주하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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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기억을 잡아먹었다.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를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뚜렷한 그림이,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야속하다. 잡아먹힌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눈을 감고 머릿속을 헤집어도 그 조각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21-)


어른들의 세계는 알 수 없었다.엄마 아빠가 무엇 때문에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곤 했던 것인지 몰랐고, 돈이 없어 외상을 달고 살면서도 엄마가 왜 아까운 접시를 집어던졌는지도 몰랐다. 엄마가 나를 할머니집에 두고 간 이유도 몰랐고, 아빠가 왜 봄여름가을겨울이 두 바퀴나 돌도록 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도 몰랐고, 할아버지가 다방 여자들과 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말랐다. (-62-)


하나도 잊지 않았다.잊고 싶었던 장면들이 다 내 몸 안에 있음을 알고, 이제야 나의 엄마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엄마가 건너왔던 삶의 질곡과 고통을 들여다 보고 이해하면서 엄마가 한때 지녔던 예쁘고 꿈에 부풀었을 화양연화의 시간들 또한 찾아내고 싶었다.상처와 아픔, 슬픔으로 가득했던 세월을 딛고 지금까지 달려온 엄마의 시간을 다시 조명하고 싶었다. (-124-)


삶에서 오는 문제를 회피하지 말자고,기꺼이 삶의 문제를 마주하면 그 문제는 작아진다고.
있는 그대로 살자.좀 더 나아보이게 하려는 포장지는 필요 없다.담대하게 살다보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감싸 줄 거야.파도처럼 살자. (-182-)


막상 나도 엄마가 되니,나무가 되어야 했다.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엄마는 꺾여서는 안 되었고, 무슨 일이든 해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내가 준비가 되어 있든, 되어 있지 않든 그건 상관없었다.그저 모든 상황이 나를 엄마로 마들었다.나는 혼자서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될 순 없었다.주변의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고,뼛속까지 아프고 나서야 한 뼘씩 자랐다. (-245-)


산다는 것은 고달픈 거다.이해할 수 없어서 고달프고,이해하기 때문에 고달프다. 인생의 딜레마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을 하고,결정해야 한다. 온전히 실수는 내 몫이며, 성공은 타인의 소유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저자 막주하님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군인 아버지 밑에서 살아가면서, 이곳 저곳 이동하면서 살았던 암울한 지난날의 우울한 자화상,아기가 소녀가 되고,어른이 되어서,엄마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었고,기억으로 남아서 층층히 슬픔의 흔적이 되어 버렸다.


저자는 국밥집 손녀였다.외할머니는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영향을 저자는 안고 살아가게 된다. 할아버지의 방랑생활, 어머니의 폭력적인 행동, 더 나아가 자신의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함으로서, 고통을 꼽씹게 되었고, 층층히 기억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였고,기억은 왜곡되어 버렸다.하지만 저자는 소녀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이십대 중반에 만난 남편,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된다.그리고 자신의 결혼생활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게 된다.좋은 엄마,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지만,현실은 그렇지 못하였다.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저자에게 비수처럼 꽃혀 버리게 된다.살아가기 위해서,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것들 하나 하나가 아픔이 되었고, 생존이 삶의 동앗줄이 되었다.이혼 선언을 하고,기다려야 했던 그 시간들,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저자는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고,어릴 적 친정엄마의 모습들을 이해하게 된다.소위 가난한 삶이 엄마 스스스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며,돈에 쪼들리면서,비싼 그릇을 깨트려야 했던 이유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이해하지 못해서 용서하지 못했던 그 지난날, 이제 이제 이해하였기에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아픔이 독이 아닌 약이 되었고,나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살펴보게 된다.아픔이 아픔인채 남아있지 않았으며,세월이 약이라는 그 사실이 스스로 아픔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되었다.그렇지만 엄마이기에 다시 일어서야 했고,이를 악물고 꼿꼿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된다.이제 마흔 언저리,고달픈 엄마의 자화상이 느껴져서,슬픔에 침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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