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 몸을 데인 시인들 -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우대식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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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공소에서 울려나오는 전기 기계톱의 울울한 소리와 용접공의 손에서 토막 난 쇳조각들이 일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희망에 찬 눈과 귀로 느낄 수가 없다 . 나는 인간의 어떤 영역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어 간다는 생각을 어떤 놀리로도 바꿀 수 없다.파괴된 것을 복구할 능력이 순수성이 인간에겐 이미 상실되어 있다.그 사실이 보다 그 질문 앞에 나는 불 먹은 납덩어리다.그러나 쓰지 않을 수 없다면 되도록 정직하고 싶다. 되도록 의지를 표명하고 싶다. (-16-)


읍내 사거리에 가면 나에게 침 밷는 법과
좆춤 추는 법을 가르친 선배들이 있고
장날마다 땅바닥에 뒹구는 몇 알의 튀밥이 있다.
어린아이들도 누구나 다 침을 뱉고
여자아이들은 여관처럼 잘 더러워진다.
한 번 이 읍을 떠났다 돌아온 사람은 
겨울잠을 자고 온 곰처럼 온순하지만
금세 다시 사나움을 되찾고 만다.
그리고,다시는 떠나지 않는다.

읍내 사거리에 가면
아무것도 없다.(-44-)


한 편의 글은 1992년에 요절한 이연주 시인의 글이며, 하나는 2005년에 세싱을 떠난 신기섭 시인의 시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요절한 시인들 중에서 두 편의 시가 눈에 들어왔던 건 내 삶과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나보다 크게 나이가 차이가 나지 않았고, 신기섭 시인은 1979년생, 나와 동갑의 나이를 간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십 대 청춘, 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챇 속에는 그동안 고고하게 흐러온 시인들의 죽음과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가수가 음악 따라 간다고 하는 것처럼 시인도 시를 따라 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와 시인의 삶은 일치하게 된다. 어쩌면 압축적이면서,상징과 은유에 의해 삶의 도태되어짐을 붙잡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시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그 과정에서 삶의 모순과 위선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로테스크한 측면이 상당히 강하였다. 죽믐이나 우울함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라면, 한 박자 쉬고 읽어야 할 정도로 기승전DIE 였으며,그안에 숨겨진 삶의 패턴을 느낄 수 있었다.춥고 배고프고,힘든 나날들,그들은 시밥을 챙겨 먹고 있었고,자신의 삶을 시를 통해서 위로를 구하고 싶었다.하지만 그것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살기 위해서 시를 써내려 갔지만,시구 하나하나에 죽음의 그로테스크한 시어들만 추출하였으며,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내려 놓으려는 시인의 의지들이 강하게, 곳곳에 드러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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