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독신,타계한 부모님 댁에서 홀로 생활, 무직, 마권 등 베팅에 실패한 도박 티켓과 신문이 어지러이 널린 방 안, 마시다 만 됫병 술과 수많은 컵 술 용기, 산더미처럼 쌓인 빈 편의점 도시락 통... (-19-)


이처럼 집이 쓰레기 천지로 변하는 사정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현장을 청소하다 보면 희한하게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쓰레기는 방 주인이 자주 머무는 장소( 이불 주위 등) 를 피한 곳, 다시 말해 창가나 벽 쪽에서부터 쌓이기 시작해 점차 방 중앙으로 그 분포 범위가 늘어난다. (-41-)


죽은 남성의 아버지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슬픔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베란다로 나가 진정하려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그때 자칭 '친구'라는 남성 3인조가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망 사실을 그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들은 당연하자는 듯이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야! 이 피규어, 팔면 백만엔은 받겠는데!" 하며 애통해하는 유족 앞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80-)


마지막 순간에 새 주인이 나타나 안심했지만, 나는 살짝 아쉽기도 했다.하지만 그 또한 운명일 터, 그렇게 나는 반려동물을키울 수 있는 집에서 '반려동물 없이'살게 되었다. (-120-)


살아간다는 것,그리고 죽어가는 것,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게 현존하는 단골 주제이다.그리고 우리는 매일 매일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지나가다 가게 앞에 상중이라는 종이 하나를 보면, 괜히 우울해지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제명을 다하지 못한 영혼들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그리고 우리는 때가 되면,내 가까운 사람의 임종을 맞이하게 되고, 나의 죽음도 임박해 오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저자는 임종한 사람의 유품 정리와 특수 청소 일을 하게 된다.그건 죽은 망자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이다. 여기에 저자가 이 일을 선택한 계기는 부모님이 예고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할 뻔 했기 때문이다.죽을 뻔한 순간에 살아 돌아온 것, 그로 인해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유품정리 하는 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책은 저자 스스로 만든 미니어처를 통해 자신의 직업을 언급하고 있었다.외로운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그 과정에서 아무도 찾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죽게 된다. 죽은 사람은 있지만, 그 죽음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그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저자의 주된 일이었다.혼자 살아가고 혼자서 죽는 것, 집안에서 죽을 수 있고,욕실에서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죽을 수 있다. 집안은 어지럽게 되어 있었고,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내 가까운 이웃의 죽음이 갑자기 떠올랐다.소위 동네 부자였던 그 사람은 큰 건물 전체에 쓰레기로 다 채워 구겨 넣었다.어디서 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1층부터 4층까지 하나의 건물이 골동품이었고, 쓰레기였던 기억이 났다.그것을 그 사람이 죽은 이후에 발견하게 된 것은 그 전체의 전체의 창문을 암막으로 다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유리 창을 뜯고,거기안에 있는 쓰레기를 처다 보면서, 한사람이 일평생 모을 수 있는 쓰레기,골동품의 무한대를 느낀 적이 있어서 이 책이 상당히 공감가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세월호가 생각났다. 책 속에는 친구의 죽음,그리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피규어를 수집하는 책 속 주인공은 예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을 떠나게 된다.아버지의 망연자실한 장면,그리고 그 죽은 이의 친구들이 집에 들어와서, 피규어를 보면서 주워 담는 그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즉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고, 물질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유족이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맞이 해야 하는 것들을 본다면, 세월호 유가족이 그당시 보았던 것들이 생각났다. 즉 그 당시 누군가는 구호품을 유가족에게 전달하였고, 어떤 이들은 그 구호품을 몰래 가져 왔다.이러한 상반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으며, 사람의 죽음이 누군가에개는 자신의 일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물질적인 욕구를 채워 나간다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되었다.그리고 씁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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