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 함께여서 행복했던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조혜연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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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일본으로 갈 당시 7살이었던 우리 아이들은 일본의 한 구립 유치원이었던 와세다 유치원에서 1년을 보내고 그 후에 일본의 구립 소학교(초등학교)를 6개월 정도 다니다가 돌아왔다. (-7-)


와세다 유치원에서는 아직 만 5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지켜야 할 수많은 규칙이 있었다.우선 아이들은 매일 아침 모두가 똑같은 유치원 원복 반바지에 유치원 가방, 그리고 유치원 모자를 쓰고 등원해야 했다.원복 반바지에 유치원 가방, 그리고 유치원 모자를 쓰고 등원해야 햤다.원복 반바지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늘 손수건과 휴지를 넣어서 다녀야 했고 원복 가슴에는 일 년ㄴ 내내 노란색 명찰을 달고 다니는 것이 규칙이었다.유치원 가방 안에는 매일 컵 주머니에 담긴 개인 컵과 개인용 수건, 그리고 도시락 가방이 들어있어야 했고, 도시락가방 안에는 도시락과 수저통에 담긴 수저, 그리고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을 수 있는 런치 매트가 필수였다. (-61-)


일본은 '마츠리'라고 불리는 전통 축제가 전국적으로 무척 활성화되어 있는데 여름은 특히나 수많은 마츠리로 가득한 계절이기도 하다. 슬슬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이 되자 와세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여름 마츠리 준비가 시작되었다. (_121-)


그런데 내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자 따로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와세다 유치원의 엄마들이 나를 위해 단체로 나서 주었다.주변에 혹시 남는 란도셀이 있는지 알아봐 주고, 큰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큰 아이의 소학교 어머니회에까지 연락해서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그리고 결국엔 한 엄마가 우리 아이들이 6개월간 쓸 수 있는 란도셀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개나 구해서 가져다주었다.세상에 이런 고마운 일이! (-171-)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아이들의 손을 잡고 30분씩 걸어서 유치원에 가고, 틈만 나면 소집되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일본 엄마들 틈에 끼어 고군분투하면서 내가 이러려고 도쿄에 왔나 참 많이도 투덜대고 참 많이도 힘들어했었더란다. (-213-)


일본 와세다 구립 유치원은 70년 전통의 특별한 유치원이었다.변호사였던 남편을 따라 ,스스로 고행길을 자처했던 저자 조혜연씨는 한자도 모르고,일본어도 모른 채,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일본어를 모르는 일본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업주부로서 ,두아이를 케어해야 했던 지난날, 7살이었던 쌍둥이는 와세다 유치원에 적응하면서,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만, 저자는 그렇지 못하였다.


언어를 극복하는 것, 상당히 고행길이었고,로펌 소속 변호사였던 암편이 일본과 관련한 일을 하기 위해서 일본 유학길에 따라가게 된 저자는 암담한 현실을 보고야 말았다.일본인 아이들과,일본인 학부모 사이에서 ,와세다 유치원 안에서의 커리큘럼은 만만치 않은 숙제였다.현장체험은 기본이었고,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해야 하는 체험활동이 상당히 많았고,일본인 어머니들과 함께 소통하고 대화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하지만 저자는 그 어려움을 점점 더 극복해 나가고 있으며,자신을 일본 사회에 정착시키면서, 와세다 유치원의 특별한 시스템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은 메뉴얼 사회였다.규칙을 강조하고, 규율과 책임감을 중시하였다.5살 쌍둥이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예외가 될 수 없었다.와세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준비물은 꼼꼼하였고,한국인의 전서와 일치하지 않았다.대충대충 해도 되늕 일들이, 혹여나 내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신경써서 따라다니면서 챙기게 된다.하지만 일본 어머니들, 와세다 유치원은 배려와 친절이 몸으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자신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꼈고,일본어를 모르는 저자에게 일본어와 한국어를 병행하여 쓰는 와세다 유치원의 배려가 돋보였다.그리고 비싼 란도셀 가방을 구하지 못했던 저자에게 주변 어머니들이 힘을 함쳐서 쌍둥이들을 위한 가방을 직접 구하는 일본인의 세심함이 돋보이게 된다.바로 이 책을 읽으면,일본의 무서움과 그들의 경쟁력,그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매뉴얼 사회의 큰 특징을 이해할 수 있으며,한국인 직원에게 와세다 유치원 내부처럼 시스템이나 커리큘럼을 도입한다면, 즐겁게 ,내 일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이 책을 통해서 한국과 다른 일본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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