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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예민해서요 - 감각 과민증 소유자의 예민하고 예리한 일기
이현동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둥근 테이블을 둘러싼 언니? 아줌마? 그리고 형님? 뭐 그런 4인,그들의 유쾌한 대화 혹은 수다가 발단, 전개를 뛰어넘어 위기 따위는 가뿐히 극복하고 절정에 다다랐다.내겐 지금이 '위기'다.대응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오늘은 무사히 건너가나 했건만 역시나 나의 감각은 살아있구나. 다소 과하게.이런 시간의 연속.바로 '감각 과민증' 인간의 삶이다. (-15-)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 마음대로 살자.' 내 생활신조 중 하나이다.바꿔 발하면 '타인도 내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일 것 같다.그러면 우리 모두 서로 '평화'를 유지하며 온화하게 잘 지낼 수 있을테니. 저도 조심할게요.대학교 강의실에 있는 후배님들.어디에 있든 필기에 열을 올리는 열정 넘치는 분들께 부탁드려요. (-50-)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늦게 출발해 최대한 지체 없이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 시간을 산정한다.10시 반 비행기라 10시 15분까지 탑승해야 한다는 모바일 탑승권이 내 아이폰에 착륙했다.그렇다면 10시 즈음엔 공항에 도착해야지.9시 26분에 출발하는 6호선 열차를 탄 후 29분에 디지컬미디어 시티역에 내린다. (-91-)
남성 우웡주의,남존여비 사상, 이런 말들을 들어본 지 꽤 오래됐다.다행이다.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따위 고루한 말들은 화장하거나 매장해야 한다. 냉정하게 보라.요즈음엔 여성들이 더 대단하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더 많이 수확하는 이들도 여자 양궁 대표 팀과 여자 쇼트트랙 팀이다. 여기엔 여성보다 '여자'라는 용어가 더 어울리네.뭔가 더 강해 보이기도 하고. (-140-)
내가 '주체'가 아닌 건 우선 경계하자.내가 직접 찾아낸, 알아낸, 검색한 정보가 아닌 것들.누군가 보내주고, 권하고, 안내해준 것들.그런 건 일단 배제하라.그중에서 출처가 분명하고,제공자가 명확하고, 고인된 정보들만 수용하라.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친 것들조차 가짜인 경우고 많으니, 정말 믿을 게 없긴 하다.그래서 난 아무것도 안 믿나 보다.조금은 슬프지만, 애석하게도. (-194-)
나의 성격은 예민하다.필자가 말하는 감각과민증을 가지고 있다.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 들리고,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보인다.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현실은 항상 피곤하다.감각이 예고되지 않은 장소에서,예고되지 않은 형태로 펼쳐질 때,그 순간 그 감각을 닫고 싶어진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되면,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산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차라리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백색소음을 들으면서,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집중이 잘 된다.그리고 예민한 사람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지옥에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민한 사람은 대인관계가 피곤하다.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들을 허투루 넘어거지 않는다.나 자신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피곤해진다.그러면서, 나에게 상처나 민폐가 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즉 책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피해를 받지 않고 싶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그리고 저자처럼 시나리오를 알게 모르게 짜게 된다. 즉 하루의 일정들을 분초 단위로 쪼갤 수 있는 것은 예민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며,그 시나리오를 짜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이 책을 읽는다면,저자의 그 마음이 십분 공감이 갔다.나의 그 예민함과 저자의 그 예민함이 서로 교차되고 있었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