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바이크도 안 타고
유주희 지음 / 팜파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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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가 위험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제사상의 3열에는 생선, 두부, 고기탕 등 탕류를 놓는다'는 문장만큼이나 와닿지 않았다.적극적으로 말리는 누군가가 나에게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운전면허 학원에 별 고민 없이 등록했다. 약 3주의 주말을 할애해 주어진 연습시간 (10시간)을 채웠다. (-9-)


아직 바이크에 익숙하지못한 데다 중고로 산 첫 바이크, 울프 125는 시동이 잘 꺼지는 고령 바이크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도로에서 뒤차를 막은 적도 몇 번 있다."제자리에서 '꿍' 하고 넘어진다"의 줄임말인 제꿍도 당연히 경험했다. 제꿍을 도로에서 한 적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젠가는 한적한 주택가에서 바이크를 인도에 바짝 대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던 중 균형을 잃고 넘어진 적이 있다. 하필 차도와 인도 사이의 턱에 다리가 낀 채로 넘어지는 바람에 한참을 끙끙대야 했다. (-37-)


그런데도 바이크부터 사버린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특유의 용감함과 지름신에 약한 성격이 결합한 결과다.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에서 검색해 보면서 예뻐 보이는 바이크를 몇 개 고르고, 그 중 가격대가 적당한 매물 중 하나를 택했다. (-81-)


바이크에 입문하면서 숱한 사고 사례를 들었다.2014년 당시에는 바이크를 타는 현직 여성 기자가 종합지, 경제지, 전문지를 통틀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둔다) 바이크 업계에서는 매우 반가워했지만 '과거 바이크 전문지의 여기자가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던 중 뺑소니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129-)


가장 분노하게 되는 순간은 '동차선 추월'을 당했을 때다.말 그대로 다른 바이크가 내가 달리는 차선에 끼어들어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치고 가는데, 대체로 대배기량 바이크가 굉음을 울리며 쏜쌀같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매우 놀라게 된다. 하필 그 순간 내가 조금이라도 바이크의 방향을 틀어 버린다면 그대로 충돌이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한마음으로 동차선 추월러가 등장하곤 한다. (-144-)


랩터라이더의 투어는 첫날 하노이에서 하장까지 달리고 다음 날엔 중국 국경과 가까운 동반 지역을 거쳐 3일째에 다시 하노이로 돌아가는 총 700km의 일정이었다.잘하면 하루에도 채울 수 있는 마일리지인데 3일에 걸쳐 나눠 달린다면 느긋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지 않았다.전혀, 절대, 네버. (-198-)


마지막으로,바이크투어는 체력이 꽤 소모된다.'바이크 타면 살도 빠지느냐'는 흔한 전문대로 칼로리가 소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이크의 진동과 공기 저항 때문인지 투어를 마치고 귀가하면 졸음이 몰려온다. 사실 바이크를 타고 있는데 졸리는 경우도 있다.아무래도 실외에 몸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보니 사륜차를 운전할 때의 졸음보다는 강도가 덜하지만, 점심 먹고 따뜻한 햇빛 아래 달리다 보면 여지없이 졸음이 찾아온다. (-219-)


저자는 서른 넘어 고양이, 술, 모터사이클에 빠지게 되었다. 본업은 경제신문기자,부업은 라이더였다.남다른 여행 정착지,여행의 길목에서 자신의 차별화된 변화들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고, 소형2종 면허증을 카게 되었다.땔호는 지름신이 있었고, 무모하였으며, 즐길 줄 아는 라이더였다.모래 위에서 빠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으며, 동차선 추월로 인해 아찔한 순간도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위험한 순간에 스스로 조심조심하면서 ,몸을 움직였으며, 바람을 타면서 다리는 라이더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었다.


한국 사회는 편협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현직 전문지 여성 기자가 라이더라고 하면, 고깝게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저자는 그에 굴하지 않았고,자신만의 낭만과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게 된다.특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모터 사이클은 사고가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 주행미숙, 혹은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할 때 생기는 여러가지 제반사항들은 많은 것들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있었다.하지만 라이더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얻게 되고, 긍정적인 변화 ,도전과 삶의 가치를 바꿔 놓을 수 있다.나와 타인 간에 아쉬웠던 배려나 에티켓에서 자기 스스로 조심하면서 움직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들과 차별화된 관점을 추구할 수가 있다.특히 바이크를 타게 되면, 바이크의 진동과 바람의 저항, 추위와 길눈이 어두운 낯선 길드, 라이더로서 직접 미국 투어를 다녔던 깊은 추억들은 우리 스스로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들이며, 저자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바로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저자의 라이더 경험들, 삶의 전환점들을 보면서,나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삶의 방향성까지 같이 파악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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