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도 -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김영권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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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트럭 한 대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카키색 장막이 쳐진 트럭 옆구리엔 '전국 부랑아 일제 단속'이란 붉은 고딕체 글자가 찍힌 현수막이 붙어 바닷바람에 펄럭거렸다.장막이 걷히자 꾀죄죄한 몰골의 인간 군상이 몸을 일으켜 튀어나왔다. (-13-)


"에 ~저 섬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 같으면, 에~경기도 옹진군 대부면에 속한 선감도라고 한다. 너희들을 저곳으로 데려가는 건 단군성왕 이래로 가장 확실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신 개조와 재탄생이다!여러분의 게으름과 의타심과 불량기를 척결하고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그리하여 활기차고 생산적인 나라를 건설하는 데 여러분의 혈기 또한 정상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게 바로 높으신 분들의 뜻이다.에~그건 즉 위대한 오일륙 혁명정신의 발로인 것이다!" (-18-)


선감원의 하루하루는 수용된 모든 원생들에게 어슷어슷한 시간과 공간으로서 주어져 있었다.그러나 그 시공간에서 원생 개개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건 저막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기상나팔 소리를 듣고도 공포의 전주곡으로 느끼기도 하고 감미로운 미련으로 감촉하기도 하는 것이다.또한 바다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파도를 보고도 마음 속에 그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122-)


"경첩은 하나의 쇠못을 중심으로 두 개의 쇳조각을 맞물려 놓은 게 아니냐.그러니까 가운데 끼워진 쇠못의 한쪽 대가리를 갈아 없애고 빼내면 경첩은 쉽게 분리가 되잖아.변소 몬을 닫으면 그 틈새로 경첩의 접히는 부분이 튀어나와 갈기에도 편하다는 얘기지." (-236-)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왔다.전날부터 아침부터 개간사업에 내몰려 전에 없이 고된 하루를 보낸 원생들은 자리에 눕기 무섭게 코를 골았다.용운은 밀약대로 3시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하기야 잠이 오지도 않았다.그런데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심정이 착잡하지 않을수가 없었다.좀 우습긴 했지만, 엉큼하고 무지막지하던 백곰 반장이 탈출 방법을 알려준 것도 콧날을 찡하게 했다.무엇보다도 그 허약한 박꽃 누나를 지켜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백고의 부탁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그런 건 오히려 용운의 마음에 어떤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337-)


과거 서해안 최북단 옹진군 선감도에 선감학원이 있었다.1940년 일제 강점기 시때에 길을 떠도는 부랑아이를 가두는 일종의 인시수용소이며, 지금의 소년원과 같은 역할을 해 왓던 곳이다.이 공간은 세상에서 점점 잊혀졌지만, 1980년까지 폐쇄되지 않은상태에서 전국 곳곳의 부랑아이들, 고아들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돌이켜 보면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사람을 탈출하지 못하도록 가두는데 요긴하게 쓰여지는 곳이었으며,선감도가 바로 그런 곳에 해당되는 곳이다.


소설 속 용운은 길에서 구걸을 하면서,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부랑아이였다.고아였던 용운은 선감도에 가면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는 말에 속아 선감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지만,그 달콤한 말이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섬은 인간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곳이며, 소금을 캐는 간척,개간시설이 있었다.그건 용운도 예외가 아니었고,자신과 같이 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소년원 아니들도 간척사업에 동원령이 떨어지게 된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고,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던 선감도에서 요운은 하루하루 버티면서,탚ㄹ출을 꿈꾸고 있었다.수용소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았던 그들은 사감원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물리적인 폭력를 써서라도, 무기력한 상태로 바꿔 놓게 된다.그건 용운도 마찬가지였으며 ,선감학원 수용소 내부에서 백곰 반장, 왕거미 사간은 소녀원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바꿔 놓는데 시간이 그닥 걸리지 않았었다.


즉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근현대사의 일부분이다.40년전,1980년대 초까지 운영되었던 폭력적인 곳, 섬은 소금을 캐는 곳이었으며, 사람을 폭력과 외로움,공포 속으로 밀어넣는 곳이기도 하다.소위 우리 사회가 편견과 선입견,차별로서 말하는 여러 질병들이 사회의 울타리 난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섬이라는 외로운 공간 안에서 갇혀 지내는 현실이 고통스러움과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바로 이 책에는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나라를 위해 행해졌던 폭력적인 행위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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