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타임
황정윤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소영은 그 말을 하면서 정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어깨를 한 번 부르르 떨었다.그러고는 직장인들 특유의 본능적인 경계심을 발휘하여 혹여나 그놈의 메인 작가나 그녀의 끄나풀이 주위에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두리번 거렸다.다행히 휴게실은 조용했고 복도 끝에서 누군가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는 기척만 들려올 뿐이었다. (-21-)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였고, 특히 프랑스의 현대 산문시 번역에 있어선 나이에 벌써 그가 번역한 서적만 서른 권에 달했고, 한 권씩 출판 계약을 맺을 때마다 목돈을 챙겼으므로 다섯 권째를 번역할 때에는 지하셋방에 살던 그가 스무 권째를 번역할 때는 40평짜리 아파트에서 , 그것도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서재 방에서 조용히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다.교수 월급은 그가 번역으로 번 굵직굵직한 목돈에 비하면 부수입 수준이었다. (-61-)


"이번 일본사 수업은 아까도 말했듯이, 20년간 대한민국의 국사를 배워온 사람으로서 다소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게 될 것입니다.일본은 역사적으로 잘못을 많이 범해온 나라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저열한 민족이라거나 조선의 후손인 우리들이 우스운 복수를 하듯 멋대로 깔보아도 되는 나라는 아닙니다.한국인이라는 틀 속에서 가지고 있던 그간의 일본관을 새롭게 성찰하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고, 그에 응하실 분만 수업에 합류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119-)


지희는 텅 비어있는 스물 여덟 개의 책상을 한동안 바라보았다.그러다 사무용 책상 한켠에 올려져 있는 ,족히 10년은 쓴 것처럼 누렇게 손때가 탄 유선 전화기의 수화기 위로 한 손을 올려둔 채 잠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원목 책상의 표묜을 반듯하게 뒤덮고 있는 유리판 아래로는 스물 여덟명 학급 아이들의 부모님 휴대 전화번호와 자택 번호가 엑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개중에는 물론 영우 어머니의 전화번호도 잇었다.지희는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수화기를 들어 한똑 귀에 바짝 갖다 대었다.그리고 010까지는 번호판을 꾹꾹 누르다가 ,결국에는 도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192-)


책 제목이 독특하다. 소소한 우리의 이야기를  제목 <현자타임>안에 풀어내고 있었다.단편인 듯 ,단편 아닌 책 속 이야기들, 현자타임이란 현실자각 타임,즉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자각하는 시간을 의미하고 있었다.이 책 속의 이야기는 열 다섯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그 안에는 우리가 배웠던 이롬들이 현실에는 뭔가 삐걱거리고,어긋나 있다.바로 현실자각타임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예를 들어, 책 속 이야기는 도덕과 법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요령을 더 중요하는 것처럼 말이다.즉 현실자각타임이란 , 나의 현실을 스스로 자각하는 시간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나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스스로 분석하게 되고,디테일한 부분까지 끄집어 내게 된다. 즉 나의 현실 자각 타임과 이 책 속에 나오는 열다섯가지 현실자각타임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서로 갭이 존재하고 있다. 즉 나를 이 책을 읽을 때,스스로 나를 객관화하게 만들어 놓는다.내가 모르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된다.즉 스스로 자아성찰이 가능하다. 그 안에서 나의 현실자각이 빠르고,나의 여러가지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때, 어떤 문제가 내 앞에 나타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환경에 잘 적응하게 된다.즉 이 소설은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었다.스처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당연한 것 같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는 것들을 끄집어 내고 있어서 신선함 마저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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