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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각자의 시선
감도엽 외 지음 / 글ego / 2020년 6월
평점 :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외뢰인은 골프채를 땅에 낼이꽂으며 이어 말했다.
"재산을 전부 환원하셨더군요." (-36-)
대답하지 않고 다시 아빠를 봤다.푹 패인 아빠의 눈두덩이와 마른 가지 같은 손가락을 보니, 이미 내 마음은 녹아내려 가고 있었다.한데 엉켜 있었던 슬픔, 분노, 그리움이 용서라는 강의 하류로 내려와 애통한 마음을 만들어 냈다.윤석이와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51-)
힘든 일이 있어도 상처를 받아 꾹꾹 참아내는 것, 전혀 웃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나는 웃어야 한다.웃어넘기며 무마해야 한다. 백수 주제에 날카로운 반응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리 없다.그걸 꼬투리 잡아 더 상처 주고 할퀼 것이 뻔하니까. 어느 새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나는 웃ㅇ야 한다.그래서 엄마의 걱정을 가장한 비수에도 그냥 싱긋 미소 지을 뿐이다. (-100-)
허수아비
길가에 홀로 피어있는 민들레처럼
방 안에 외로이 남겨진 강아지처럼
해맑은 아이들이 떠난 놀이터처럼
밤하늘에 홀로 떠있는 저 달처럼
너는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구나
민들레처럼 친구들 곁으로 날아갈 수도
강아지처럼 집으로 돌아올 주인도
놀잌터처럼 다시 찾아올 아이들도
달처럼 저 멀리서 지켜주는 별들도
너에게는 없구나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라.
언젠가 너의 옆에 자리잡을 민들레
주인과 산책나와 신난 강아지
추수가 끝난 논에서 뛰노는 아이들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들
한 순간도 너는 혼자가 아니었으니
너무 외로울 때 혼자라고 느껴질 때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본 적 있나요? (-147-)
작가 김나경, 신주희, 이석호, 김지민, 노희주, 김병진, 김도엽,오은영,이에스더, 송혜진, 10인의 작가들의 10인 10색 스토리텔링이 담겨져 있었다.단편소설과 시로 꾸며진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현실과 비현실을 교차하여 놓음으로서,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나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그리고 비현실적인 소재를 차용하고 있지마,그 비현실적인 스토리가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고 있음을 우리는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책은 그런 것이다. 시와 단편 소설, 열편의 이야기 속에서 신주희의 <아빠를 사랑하는 법> 이 눈에 확들어왔던 것은 철저히 우리의 삶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단편소설에는 우리의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아빠와 남동생과 살아가는 주인공 윤희의 삶, 말그대로 소녀 가장의 일상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고,아빠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느껴졌다.이 소설에서 주인공 윤희의 남동생 윤석의 모습은 무언가 불편한 존재다. 누나에게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내는 그 모습들, 그리도 주변 사람들에게 또다른 거짓말을 해서 ,누나를 곤경에 빠트리게 된다.물론 그 남동생 윤석의 모습 뒤에는 아빠의 어리석은 인생이 근간이 되었다.자식이 잘못되면 그 모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소위 가족 내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돈과 결부짓고 있었다.윤석은 친구들에게 누나를 팔아먹고, 누나에게는 친구들을 팔아서 돈을 뜯는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누군가에게 기생하여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가 윤석이다. 그리고 이제 아빠는 점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윤석을 용서해야 할까, 아니면 용서하지 말아야 할까에 대한 인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그리고 윤석을 용서한다는 것은 다음에는 죽어가는 아빠를 용서해야 하는 수순에 다다르게 된다.그러나 대다수의 우리의 삶을 본다면, 나에게 해꼬지한 가족들을 용서하지 못할 때가 있다.그래서 우리가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내 가족과의 결교, 단절이다. 소통이 단절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소설 속에 채워져 있으며,주인공 윤희의 분노와 자괴감에 대해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