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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나는 등번호 9번에 윙포워드, 머루, 차콜그레이, 그리고 IS 다. IS는 인터섹스의 줄임말인데 섹스란 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날 이상하게 보면 곤란하다.그건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일이고 내 잘못이 아니다. (-9-)
저는 이테가 제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테와 함께 있으면 그 애는 늘 저를 만졌습니다.손으로 만지는 게 아니죠.눈에 보이지 않는 더듬이로 만집니다.저는 이테가 저를 만지도록 가만히 이테를 향해 저의 몸을 열었죠.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쨋든 중요한 건 제가 먼저 이테의 몸에 손댄 적은 없다는 것입이다. 하지만 경찰은 제 말을 믿지 않더군요.그들은 제가 이테의 몸을 추행했다고 말합니다. (-59-)
"이 집안 말아먹을 년아,할머니가 오늘 너한테 왜 그런 줄 알아? 네가 집안 말아먹을 년이라 그래,이 집안 말아먹을 년아." (-97-)
그러나 미아의 실종 이후 침대의 풍경은 달라졌다.전처럼 강투가 지난 추억을 들려주며 해연의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그는 빵 조각을 떼어내듯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해연이 숲속 새처럼 빵을 쪼아먹으려 잠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마지막 순간, 새는 그가 놓은 빵조각을 의심했고 다시 각성 상태가 되어 날아갔다. (-147-)
옆집 여자는 에콜의 평판을 중요시했다.동종업계에서 암묵적으로 정한 가격 아래로는 가격을 다운시키지 않는 것이 에콜이 업계에서 신임을 얻는 이유였다.손님들에게 주는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181-)
어릴 적 집에는 늘 역한 연고 냄새가 났다.아버지는 해마다 새로운 연고를 흉터에 발랐고 매일 아침 면도 거울에 흉터를 비춰 보았다.아버지의 흉터는 오른쪽 어깨부터 팔까지 이어졌고 마치 벽에 엉켜붙은 회반죽처럼 살점이 뒤틀려 있었다.아버지는 어린 세방에게 그것이 어마어마하게 큰개에게 물어뜯긴 상처라 했다. (-202-)
"시체 썪는 냄새를 맡아봣어야 알죠."
여자의 대답에 중경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빈 컵을 들고 정수기로 걸어가며 중경은 언젠가 보았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콜럼버스가 배가 지평선에 나타났을 때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배를 보지 못했다.그들은 배를 몰랐기 때문이다. (-230-)
이 소설은 주제도 독특하고, 소재도 독특하다.그리고 이 소설은 오감을 자극시키는 소설이다. 성소수자,젠더,우리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요소들,그들은 항상 사회의 아웃사이더이면서,사회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그리고 그들은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의 기준에 벗어나 있기 때문에,스스로 선택하고,스스로 결정하며,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즉 이 소설은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들춤으로서 각각의 단편 속의 주인공의 심리 동선을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었다.불쾌함과 음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는 이 소설이 앞서 말했듯 인간의 불편한 신체와 오감을 자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바나에서 어슬렁거리는 맹수 사자가 군림하는 곳의 중심에 서있을 때의 느낌이랄까,함께 할 수 없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더더군다나 어렵다.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필요로 한다.그들은 성소수자로서, 철저히 음지에 살아가지만, 사회적 약자로서 불편함 삶,온당치 못한 삶을 살악고 있었다.각각의 소설은 독립적인 형태이며,주인공의 모습, 그들의 고민도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노력과 성실이라는 가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그건 그들의 가치와 기준이 우리의 가치와 기준에 벗어나 있기 때문이며,작가는 바로 이 부분의 핵심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즉 공감과 이해를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소통과 배려를 중시하지만,그것들이,나의 원칙과 절차들이 그들에게 때로는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즉 그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김으로서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거리감을 두고 살아간다.그렇지만 그들은 사회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갈등과 혼란,이러한 것들이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부채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한 번이 아닌 두번,세번 읽어야만 온전히 이해가 가는 성소수자, 젠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