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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평점 :
"곡계굴이 가장 안전하다니까.전투기로 폭탄을 퍼부어도 바위가 튼튼해서 끄떡없어.우리 마을에 이런 동굴이 있는 게 천운이여 천운!
큰아버지가 특혜를 입은 마을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28-)
진규는 천장을 쳐다보면서 볼멘소리를 했다.그렇더라도 전투기 굉음 소리는 멈춰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이미 머릿 속은 굉음에 뒤엉켜버렸다.진규는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전투가 나는 소리가 멈춰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귓속을 찢을 듯이 굉음이 들려왔다.'무슨 일이지? 어태껏 이런 굉음이 들려온 적은 없었다. (-76-)
진규는 면사무소에 나가서 마을마다 사람들이 죽고, 다른 곳에서도 전염병이 나돈다는 얘기를 들었다.그 전염병이 장티푸스고, 장티푸스에 걸린 사람들은 약 한번 쓰지보 못하고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넋을 놓고 하루 하루 지내던 어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장티푸스 전염병에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떤 이유가 필요했다. (-141-)
충붇 단양군 영춘면 상2리에는 마을의 수호신 느티마을이 있었다.이 마을에 터를 두고 살아가는 느티마을 주민들은 어느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생사를 오가면서 ㅍ살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단양에 대해서 잠시 말하자면,단양에는 천연 동굴이 상당히 많은 관광도시이다.여전히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동굴들이 단양 곳곳에 숨어 있다.이러한 단양에도 1951년 전쟁의 비극을 스쳐지나가지 못하였다.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인민군과 해방군 사이의 전투, 단양군에 터를 두고 살아가는 민간인은 생존의 틈바구이 속에서 숨을 죽이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때마침 그들은 자신의 은신처를 숨길 수 있는 깊은 동굴 곡계굴이 있으며, 인민군들이 자신들을 지켜 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깊숙한 동굴 곡계굴에 숨어들어가게 된다.물론 책 속의 주인공 김진규의 가족도 곡계굴에 은신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최선의 선택인줄 알고 선택했던 어떤 행위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민간인들이 전쟁을 피하고,전투기 폭격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던 곡계굴은 최상의 은신처가 아닌 최악의 은신처였다.전쟁이 한창 벌어질 때,미군은 이 곡개굴에 인민군이 숨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이 곡계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안쪽으로 깊숙하게 보내게 된다. 이는 지극히 그동안 우리가 숨긴 우리 역사의 깊은 슬픔이었다. 해방군이 아닌, 인민군도 아닌 우리의 아군으로 생각했던 미군의 잔인한 행동은 전쟁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절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으며,전쟁이 왜 우리 한반도에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깨닫게 된다.전쟁은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을 넘어서서,전염병과 기아가 발생하며,동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