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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
최형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6월
평점 :
시인 최형미, 이 시집은 보편적인 시집의 룰을 따르지 않았다. 보편적으로 책 속에 있는 여러 시들 중에서 대표시를 책 제목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는 없다. 다만 비슷한 시 <나비 밖의 저녘>이 있을 뿐이었다.
시인은 나름대로 다양한 시상들이 공존하고 있다.시에는 시가 가져다 주는 울림이 있으며, 철학적이면서,딱딱한 단어들을 주워 담아내고 있다.여성 시인 특유의 감성이 이 시에는 묻어나 있지 않았으며,온전히 남성적인 구도,남성적인 문장을 따라가고 있다.산문시이면서, 한자 일색의 단어들을 차용하면서,작가 나름대로 세상을 관찰하고, 스스로 체득한 단어들을 시 문장 속에 채워 나가고 있다.그래서 지극히 사변적이면서,개인적인 시상을 추구하고 있었다.
같음과 다름,이 책에 50여편의 시는 저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같음과 다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같음,인간과 자연의 다름이다. 곤충과 나비를 관찰하면서, 인간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된다.그 과정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오묘한 자연적인 개성을 인간의 관념적인 언어와 개념으로 채워 나가고 있었다.특히 책에서 <나비 밖의 저녘>은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시 <나비 밖의 저녘> 은 나비의 관점에서 서술하였다.알에서 번데기로,그리고 나비로 거듭난다.그것을 우리는 탈피라 부르고 있다.여기서 시인은 시인의 관점이 아닌 나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시선은 시인에서,나비로 이동시켜보고 있다.나비에게 있어서,알,번데기는 과거이다.나비는 온전히 나비일 때 현재가 된다. 탈피 후 남아있는 과거의 나비의 흔적들을 나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어떻게 관념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쓰여진 시어라서,단어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과 철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