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책 한 권 담고 페달을 밟는다
박현정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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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책 한 권 담고 페달을 밟는다딱 내 기분이 그렇다.꼭 누군가에게 속은 기분, 난 아닌데 주위 사람들 모두가 맞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체념하는 찝찝한 기분,70년을 함께 살았다던 어느 노부부의 여정에 비하면 23년은 한낱 '새발의 피'다. (-16-)



"현정아 자존심이 상했나?그럴 거 없다.몇 푼 안 되지만 애들 간식 사주고,정 자존심 상하면 다음에 엄마한테 백만원 주면 되지.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한 법이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고인다.엄마는 돌아가셨지만 당신의 위로와 격려가 내 삶에서 큰 힘이 된 건 분명하다. (-56-)


외모가 아버지를 닮았다고들 했다.친화력과 말재주도 아버지를 닮았단다.좋은 사람 유난히 티를 내는 성격도 아버지를 닮았단다.내가 본 아버지는 예민하고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으며 한없이 이해하고 포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괴팍한 성격이었다.그리 편안한 성격은 아닌데다 그 시절 아버지들이 그렇듯 원위적이었다.요즘처럼 부모 자식 간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나누던 시대가 아니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오 보른다. (-81-)


아버지는 매일, 마치 나무 하나하나를 대화를 하듯 순서대로 차례차례 돌아보시며, 이파리 하나 꽃봉오리 하나까지 살펴보신다.가끔 집에 초대한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로 덥석덥석 쥐어 보내기도 했다.그중 십중팔구는 반쯤 죽어서 다시 돌아온다.죽은 나무의 대부분은 수분 과다 아니면 수분 부족이다.아버지는 다시 뿌리를 캐내서 손질을 하고 어떻게든 살려 내신다.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그런 지혜와 기술이 너무 아깝다.좀 더 살갑고 애교 부리는 딸이었으면 생존해 계실떄 그런 지혜를 많이 묻고 ,배웠을 것이다. (-115-)


2018년 5월말에 수술을 하고 회복이 된 즈음,남은 방사선 치료까지 다 했을 때 나는 샞다을 벗어난 새가 되었다.관리를 펴앵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먹거리,마실 거리,까탈스럽게 챙기고 따져야 했다.내가 좋아하는 막창,간장게잠,멍게회,물회,육회,햄 기타 등등을 포기해야 했다.아니 제일 먼저 맥주를 포기해야 했다.낙이 하나 없어졌지만 투정을 부릴 상황이 아닌 내 처지는 순리를 따라야 했다.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즈음 갑작스레 닥친 '전이의심'에 다소 당황하긴 했다.이젠 진짜 가는건가 싶은 생각에 급 두려움을 느꼈지만,이내 내 안의 내가 나를 붙잡아주었다. (-170-)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의도하진 않았지만 삶의 모퉁이 어느 곳에서 인연이 되어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는 만남,우연하고 짧았던 만남이었지만,내가 받은 위로와 묻혀 있던 내 안의 희망을 싹 트게 해준 그녀와 그 가족들은,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가끔 그녀는 엄마 사진을 찍어서 보내거나 계잘이 바뀔 때 안부 인사를 전해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말이란,누군가에게 용기를 씨앗처럼 심어주고,거기서 희망을 싹 틔워 주는 말이란 걸 새삼 크게 배웠다.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적이 있었던가? 만약 없었다면 지금부터 시작이다. (-194-)


일상속의 작은 수채화 같았다. 책에는 작가의 삶의 의도와 목적,소소하가고 은은한 행복이 담겨져 있었다.자전거에 책 한 권을 담아낸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살아가면서,위로가 되는 행동, 여유가 내 앞에 놓여질 때,그 빈틈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지혜라는 것도,삶의 희망이라는 것도 그렇다.저자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였고, 지혜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얻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지혜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저자는 사람을 통해서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내 자신의 가장 가까운 어머니를 통해서 소소한 멘토링을 알게 되었고,이제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통해서,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기술과 지혜를 상상하게 된다.즉 어떤 지혜라는 것은 거져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관심을 가질 때,그 지혜는 온전히 나에게 다가오게 된다.매가 용기를 내어서, 관심을 가지게 될 때,그 지혜는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던 그 지혜의 무게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점점 더 쌓이게 된다.책 속에는 없는 삶의 지혜,남들이 말할 수 없는 지혜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시절인연'이라는 단어가 논에 들어왔다.여기서 '시절인연'이라는 것은 스처지나가는 희망의 메시지이며, 소소한 인연이기도 하다.수많은 만남,기억되지 않은 만남 속에서,누군가 나에게 주는 행복의 씨앗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게 된다.즉 행복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더 많이 얻게 된다.내가 뿌린 핸복의 씨앗이 커질수록 그 행복은 온전히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한 가치,내가 누군가에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그 순간,나 자신을 인정하게 되고,스스로에게 위로와 치유의 선물을 안겨주게 된다. 돈과 물질적인 여유가 채워줄 수 없은 삶의 여유,인생의 여유는 거져 내 앞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한 번 더 느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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