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를 스치다 몽트시선 3
이원재 지음 / 몽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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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그냥 보면 모릅니다.
첫 페이지에서 끝 페이지까지
읽어야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에서만 맴도는 이 뜨거움의 샘물
바쁜 자들에게 보일 수 없어 미칠 것 같습니다.

다시 그의 첫 페이지에서 그의 끝 페이지까지
읽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할 수 없어서
장황하여 내 스스로가 참괴한데
바쁜 자들의 꼭 위에 소리소리를 지릅니다.

그의 페이지에 대한 나의 샘물은
분명, 분명하지만
이 분명이 바쁜 자들의 괴설 한마디에
참혹히 무너져 버리기도 합니다. 

당신의 첫 페이지를 다시,그리고 다시
읽어야 합니다.
끝까지 끝 페이지를 읽어야 합니다. (-20-)


그의 언어

언어는 약속이다.
약속은 실천이다.그래서
정치는 말이다.들을 놈 별로 없는
연설문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동안
듣지만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만 담기지 않았다
문득 우리 모두가 갈 바를 잃고
허둥거릴 때, 그의 언어가 살아났다
그리고 비로소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우물의 밑바닥 오래된 기억을
피눈물의 두레박으로 건져 올려서
살아난 그의 언어가
우리의 초롱불이 
된다. (-27-)


분노

오늘은 들꽃이 짓밟힌다.
내일은 풀꽃이 짓이겨진다
피 냄새로 더욱 맑은 날이다.
무심하여 무섭도록 청청한 날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분노,그 무엇도 
분노보다 황홀할 수 있는가
분노가 모여 웅덩이가 되고,웅덩이가 모여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줄기가 되리라. (-42-)


나는 문재인을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뜻이 친구를 만든다고 합니다.
뜻이 없는 자는 친구도 없습니다.
뜻으로 시작해야 친구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확고부동하게 친구가 있었군요
당신이 그어 놓은 선 위를
위태로움을 잊은 듯 걸어가는,
당신은 확고부동한 친구가 있었군요.(-47-)

이웃

강간법도 이웃이고
새끼사자를 물어 죽이는 수컷 사자의
심장을 가진 자도 이웃이다
그러나 이웃은 결코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약값을 훔치는 자도 이웃이고
찬물로 제 새끼를 죽이는 자도 이웃이다
ㅇ;웃은 그저 착하고
이웃은 그저 나와 같은 나약한  자일 거라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위태로움은 시작된다

가난한 하루벌이의 등에 칼을 찌르고
빨대로 피를 빨아먹는 자도 우리의 점잖은 
이웃이다
종편서 신념을 내뿜는 자도 
신문에 일필휘지의 글을 투척하는 자도
알고 보면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웃글 속에서 이웃을 
우리의 눈과 우리의 귀로써만
찾아야 하는 이 암담함
그들의 평범함 속의 특이점응
찾는 것이
진짜 이웃이고 공생하고 우리가 생존하는
유일점이다. (-62-)


그가 우리 곁에서 떠난지 어느덧 10주년이 지나 11주년이 흘러왔다.11년의 시간동안 , 세상은 달라졌고,사람의 가치관도 변하였다.그 과정 속에 그 남자가 있었다.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고,공감하지 못해서 미안했던 그 마음들, 죄책감과 미안함이었다. 진심을 들여다 보지 못하였고,그 남자의 내용을 알아 보지 못하였다.첫페이지만 보고,그의 전부라 말하였다.그의 첫페이지부터 그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볼 수 있는 인내심이 우리에겐 없었다. 오로지 그 남자의 형식적인 모습, 껍데기를 보면서,그의 전부라 하였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욕을 먹는 남자가 되었다.그리고 우리는 그를 이제 볼 수 없다.온전히 그를 내 마음 속으로 움미하고,그가 남겨놓은 정신을 지키고자 한다. 그가 남겨놓은 정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삶의 발자취,그 발자취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그 안에서 내 삶의 결정들을 찾아가게 되었다.


친구,이웃,말.그가 남겨놓은 정신이다.그의 말ㄷ과 언어에는 무게가 느껴졌다.그가 이제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우리는 또다른 아픔을 겪게 되었다.같이 함께 할 때는 소중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그 후회의 잔상들이,그가 사라진 뒤에서야 뒤늦게 깨닫고야 말았다.그 남자는 배신감이 들었고,용서할 수 없는 가운데서도,그는 기다릴 줄 알았고,멈출 줄 알았다.온전히 벼랑 끝에 서 있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안위를 살피지 않았고,자신을 보는 이들에게 고개 숙였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맗하였다.


그 남자가 남겨 놓은 빚,후회하였고,미안하였다.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면,온전히 그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된다는 것을 언어가 아닌 말이 아닌 나 자신의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살아생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는 그가 사라진 이후에 비로서 그의 빈자리를 절감하게 된다.즉 이 책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반복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상기하게 된다.친구 문재인,그가 남겨놓은 정신은 친구 문재인으로 승계되었으며,우리는 앞으로 친구가 다치는 반복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하고,다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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