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 박해석 시선집
박해석 지음 / 파라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 

속잎 돋는 봄이면 속잎 속에서 울고
천둥 치는 여름밤엔 천둥 속에서 울고
비 오면 빗 속에 숨어 비 맞운 꽃으로 노래하고
눈 맞으며 눈길 걸어가며 젖은 몸으로 노래하고
꿈에 님 보면 이게 생시였으면 하고
생시에 님 보면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너 만나면 나 먼저 엎드려 울고
너 죽으면 나 먼저 무덤에 들어
네 뻐를 안을.(-16-)


모과 한 알

빗속에 교회에 갔다
용서를 빌었으나 잘 안 된 것 같고
나는 아무도 용ㅅ허하지 않았다.
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길
비를 박기에는 우산이 점점 작아지는 구나
주택가 골목길 한 발 앞서가던 할머니
길바닥에 찰싹 몸 붙인 나뭇잎들 사이에서
모과 한 알을 주워든다.
"뭘 믿는 게 있어 떨어진 게?
무슨 마음으로 너 혼자 떨어지는구나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품에 안고 조심스레 걸어간다.
나도 저런 모과는 아니었는지
저런 마보 모과로 살고 싶지나 않았는지
발소리 죽이며 뒤따르다 문득,
누구 하나쯤은 용서해보리라 생각한다. (-79-)


젖무덤

젖과 꿀이 흐르는 향기로운 젖가슴 그 땅을 버리면서
어머니는 더욱 강해지셨다

코를 박고 아귀아귀 젖과 꿀을 탐하던 그곳을 떠나면서
나는 점점 황폐해졌다

오늘, 무너져내린 어머니의 젖무덤을 보며
나는 끝끝내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설움에 잠긴다. (-88-)


익사

얼마나 많은 슬픔이 있었길래
몸뚱이 하나로 온 강물을 적시게 하였느냐
얼마나 깊은 괴로움이 있었길래
온 강물이 합심하여 몸뚱이 하나 눈부신 햇살아래 뉘어놨느야 (-108-)


시는 본질에 가까운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시를 읽으면서,필사를 하고, 낭송을 하고, 눈이 호강하고,귀가 호강하고,마음이 호강하게 된다.시는 본질에 다가설 수 있고, 진실되어야 강한 메시지를 얻게 된다.그래야 따스한 위로를 느끼게 되고,치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과 근본,근원은 관찰의 힘에서 시작하였고,관찰을 통해서 압축된다.우리는 시를 읽으면서,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나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시는 나 자신의 자아성찰이다. 시는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엮여 있으며,우리의 인생을 노래하고 있었다.


박해석 시선집은 인생과 사랑,용서에 대해서,함축적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시와 인생 그리고 사랑,이 세가지는 삼각관계이다.서로에게 필요하면서,시소 게임을 하고 있었다.인간이 사랑에 대해서 근본을 탐하고, 깊이 다가가려고 하였던 것은 시를 통해서 내 삶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의 본질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형태로 다가가는 것이었다.시는 사랑을 통해서 완성되며,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시가 가지고 있는 조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면,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애증이라는 말조차도 사랑과 증오가 같이 있고,그것이 가능하려면,서로가 서로를 용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즉 시르 읽으면서, 나 삶을 들여다 보고,본질에 가까운 함축적인 문장 속에서 ,내 삶의 가치와 방향을 정하게 되는 것이었다.그리고 시는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고,사회적인 메시지를 얻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