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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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황소바위 이형사님,지금도 유명합니다."
박용현은 웃었지만 나는 기분이 묘했다.처음보는  사람에게서 내 별명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형사 시절의 내 별명이 '황소바위'였다. 형사 일이라는 게 사람들 생각하고는 많이 다르다.일의 8할 이상이 잠복인데 이게 사람 잡는 거다.용의자가 나타날 때까지 몰래 숨어 무작정 지키는 일이 언제 끝날지는 순전히 용의자 마음에 달려 있다. 성격이 팍팍하고 지랄 맞은  형사들은 차라리 쇠파이프 들고 건달들이나 때려잡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그도 그럴 것이 건달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경찰 앞의 쥐 신세다. 늘 범죄에 발을 담그고 사는 자들이라서 경찰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건달들이 일반인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본문)


알기 쉽게 정리해줄께.오늘이 7월 16일이지.,딸애가 집에 안 들어온 건 한 달쯤 돼.용현이는 닷새 전에 나를 찾아왔고."
이제 조금 백과장다웠다.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목요연하게 다가온다.
"그럼 부탁이라는 게?"
"그래, 은애를 찾아줘. 진심으로 부탁하네." 
백과장은 절박하게 매달렸다.무심코 코웃음이 나오려는 걸 백과장의 기분을 생각해 간신히 참아냈다. (본문)


호진은 한물 간 형사였다.딸과 아내는 자신을 떠났고, 형사 옷도 벗어 던졌다.술에 쩔어 있다시피 한 폐인 호진에게 형사계의 유명인사 백과장이 찾아왔다.백과장은 자신의 소중한 딸,가출한 딸을 찾고 있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하였던가,자신의 조직과 권력을 이용해서,백과장은 자신의 딸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그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그래서 형사가 아니지만, 형사의 촉을 가지고 있었던 유능했던 형사 호진을 찾아와 간절하게 애원을 하였고, usb 하나를 건네게 되었다.


호진은 백과장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호진도 딸을 키우는 아버지였기 때문이다.공감과 이해, 느낌과 사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과 사고, 논리를 넘무 잘 알았던 것이고, 오지랖 넘게도 백과장의 요구조건을 거절하지 못하였다.소설은 누군가의 제시하는 조건을 거절하지 못함으로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다.주인공의 딸과 호진의 딸, 사로 이질적이지만, 공통점 하나가 매개체였다.그 힌트는 usb였고, 그 안에는 누구도 보면 안되는 장면들이 노골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이 소설의 스포는 여김까지 하고 마친다. 소설은 우리의 가장 나약한 치부를 건드리고 있었다.누군가의 잘잘못,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그 사람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저 추운 북극에 앏은 옷 하나,바지 하나 던저주고 내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백과장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현직에서 떠난 가까운 부하직원에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었다.꼭 찾아달라는 부탁,그 부탁을 거절항 수 없었던 호진은 usb 안에 담겨진 파일을 활용해,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고 있었다.


과학과 기술은 양날의 검이었다.잘 이용하면,나에게 유용하게 쓰여진다.잘못 쓰여지면, 남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인터넷이나 모바일도 마찬가지이다.양지가 있다면,음지가 존재하는 법,인간은 공교롭게도 양지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음지를 잘 악용하고 있었다.세상의 수많은 범죄들은 그 음지가 드러나지 않을거라는 계산 안에서 만들어지게 된다.자신의 오지랖이 지나쳐서, 스스로 잘못된 길을 걸어가게 되는 호진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문득 그 사람이 나의 또다른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온전히 자신에게 득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그 일에 매달리게 되고,그 일을 꼭 해야 하는 당위성에 사로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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