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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만 몰라요 - 시로 즐기는 인문학 ㅣ 어린이시 해설 2
최은수 지음 / 렛츠북 / 2020년 7월
평점 :
햇빛도정
창가로 흐르는 햇빛에
손을 뽀득뽀득 씻었다
손바닥을 펴 말리니
햇빛도장 찍은 것 같다
강물에도 찍어볼까
손바닥을 대니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 물 뿐
어느새 햇볕은
저만치 이사가버렸다. (-20-)
이모 묘
이모 묘에 갔다
이모 묘는
눈물샘이다
보기만 해도
눈물이 고인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셔
할머니 마음에 꽃 같이 남아있고
나뭇잎처럼 엄마 마음에
남아있고
바람처럼 우리 마음에
스쳐 지나간다.
이모의 모습이 묘 위의 잔디처럼
내 마음에 싱싱하다. (-62-)
감
감이 툭 떨어졌다
까마귀들이 와서는
까악! 까악!
요하네잖애
감이 2개 떨어졌다
다들 다른 까마귀
불러와서는
잔치를 벌이곤
청소도 안하고
그냥 가네요. (-112-)
별
누가 가로등을 켰나?
밤새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쏟아지는 빛줄기
찾았다!
범인은 바로
하늘을 지키는 별 (-168-)
달
달은 밤이 되면
계속 옷을 갈아입는다
어떤 옷을 입을까?
초승달옷? 아니면 반달옷?
오늘은 보름달옷이 좋겠다. (-184-)
별
나는 뱀파이어
밤마다 돌아다니네
하지만 내가 먹는 건
피가 아닌 웃음 소리
웃음 소리 멈춰버린
낮에는
존재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198-)
동심,어린이의 시에는 그것이 있었다.아이들의 마음,그것은 어른들의 마음과 다른 순수함의 결정체였으며,그 안에서 어른들이 잃어버린 또다른 자아를 읽게 된다.살아가면서,어른에게 당연한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이질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행복이 사라지고 슬픔과 아픔과 고통만 느끼는 어른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결정체는 아이들에게는 불편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동심이 있는 것은 아이들이 경험한 그 삶 그 자체에 있다.어른들에게 존재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경험과 느끼는 것들은 서로에게 불편함 그 자체였으며, 우리느 그 안에서 어른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꺼내 보곤 한다.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잔소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또다른 자아가 숨어 있었다.
그렇다. 이 책에는 은유와 상징,그리고 순수함이 있다.아이들은 행복을 느끼고,온몸으로 그것을 반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행복하지 않고,즐거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그래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존재하지만,존재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이다.해와 달과 별,이 두가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있었다.자연애 은유적인 것, 상징과 직유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시는 그런 것이다. 시는 사실적인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인간이 만들어놓은 개념들을 자연적인 현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와 수단으로 쓸 수 있다.자연은 자연이고,인간은 인간이다.자연의 법칙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칙에 딱맞춘 기성복이 될 수는 없다.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개입하게 되고,기성복처럼 맞춰 나가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순수한 결정체에 울타리를 쳐 주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들에 의해서,세상에 의해서 깨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이모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은 슬픔 그 자체였으며,그것은 자신도 때가 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목도하지 않았지만,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상상력은 그로 인해 눈앞에 보여지는 것들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게 되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나의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 이 두가지 갈래길에서,아이들의 마음을 내 마음 속에 심어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