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스텔라 특서 청소년문학 15
유니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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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싸구려 벽지를 사왔다.노란색 바탕에 주황색 꽃들이 그려진 벽지였다. 삼십대 남자가 쓸 방에 꽃무늬 벽지를 사오다니, 기가 막혔다. 오빠와 나는 부랴부랴 달려가서 하얀색 바탕에 푸른 줄무늬 벽지로 바꿔왔다. 할머니와 엄마가 풀을 발라주면 오빠가 벽지를 붙였다.나는 오빠가 딛고 선 의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았다.오빠는 난생처음으로 하는 도배를 꽤 잘 해내서 칭찬을 받았다. (-19-)


나는 기대에 찬 눈으로 닝구씨를 관찰했다.남들과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닝구씨도 어쩌면 나처럼 유달리 감각이 예민할지도 모른다.그래서 나의 고통을 이해해줄지도 모른다.어쩌면 닝구씨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고통을 혼자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남모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나는 어떤 '차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닝구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64-)


때마침 학교에서 성교육을 했다.남자의 생식기와 여자의 생식기가 그려진 그림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보건 선생님은 성은 아름다운 것이고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만 같았다.성교육은 초등학교 때도 받아보았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더 길고 구체적이었다.(-107-)


그때 소방관 아저씨를 따라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검댕이를 뒤집어쓴 닝구 씨였다.님구씨의 팔에는 잡이 든 아기처럼 할머니가 안겨 있었다.담요에 둘둘 말린 채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아무도 모르는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133-)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되면, 토론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생각하게 된다,.처음 읽을 거리에서, 생각할 꺼리가 되고,그 과정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소설 속 다양한 모습들이 인간의 삶과 겹쳐질 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삶을 나의 삶과 일치시켜 보게 되는 것이었다.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수민, 혹은 스텔라의 모습 속에는 여느 10대 소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엄마와 할머니, 오빠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녀 수민이 있다면, 닝구라는 인물을 오묘한 캐릭터였다. 수민은 닝구와의 만남을 하나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다.닝구와 수민은 서로를 탐색하고,관찰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공감이아른 씨앗이 샘솟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삶에 닝구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그런 사람들은 댓가를 바라지 않으면서,무언가 묵묵하게 해내는 사람이다.어리숙하고, 조용히 바보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순수하지만,그래서 억울함이 항상 공존하게 된다. 손해를 보면서도,그 손해에 대해서 투덜거리지 않은 캐릭터가 닝구의 모습이다. 그리고 수민은 닝구를 이용하여 곤란함으로 빠트렸다. 즉 이 소설에서 닝구는 수민에게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지도이면서, 수민 스스로 평생 죄책감을 안겨주는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수민이 처한 선택으로 인해 닝구는 그것을 모두 뒤집어 쓰게 되었다.스스로 모덤 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에도,오물을 뒤짚어 쓰는 과정 속에서도,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그리고 스스솔 아픔과 슬픔을 감내하면서,배신을 스스로 소화시켜 나가고 있다.즉 이 소설의 핵심은 스텔라가 아닌 닝구에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느끼는 수많은 비겁함으로 인해 그 비겁함이라는 오물을 누군가 다 뒤짚어 써야 하는 그 순간에 또다른 닝구가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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