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여름
임은하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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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아빠는 요즘 나에 대한 불만이 매우 많다.다른 애들은 벌써부터 고등 입시를 준비하느라 열을 올리는 데 공부엔 관심도 없고,학원도 싫다고 안 다니고 있으니 아빠가 보기엔 내가 한심하겠지. 언젠가는 하도 학원에 가라고 하길래 내가 그랬다. (-11-). 


"설이 스케치가 정말 훌륭해요.그런데 색에 대한 감각은 조금 더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학원 선생님의 말을 듣고 엄마는 그날부터 온갖 종류의 물감이며, 파스텔, 비싼 색연필 등을 집에 사놓고 색을 칠해보라고 했다.나는 그런 엄마가 점점 짜증이 났다. (-61-)


세연이가 부르는 소리에 나는 잠깐 뒤를 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시 친구인지 묻는 세연이의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지 않았다.건우란 얘의 마음도 ,세연이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좀 그랬다.진심이라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좋은 사람과 서로의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고백한다는 것, 고백할 수 없다는 것,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 고흐의 노란빛 , 운동화 끈, 쏟아지는 햇빛.... 
그런 이미지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로 흘러가고 있었다. (-155-)


소설 속 박설은 엄마 없이 아빠와 살아가고 있었다.아빠와 함께 하면서, 결혼안 한 육십 넘은 고모할머니,고모 할머니와 아빠는 박설의 삶의 영향력의 전부였다.인생의 그림을 그려도 여러가지 색을 섞어 놓지만,무얼 그릴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었다.그것을 우리는 무채색 혹은 가능성,희망이라 부르고 있었다.


소설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주인공 박설을 앞에 내세워서, 소설의 감정 패턴을 읽어가고 있었다. 주변 사람 혹은,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이들은 그 사람의 인생의 주연이 될 수 있었다.영혼을 볼 수 있는 고모할머니,그리고 설이도 영혼을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였다. 그 과정에서 건우라는 아이와 설이는 서로 엮이게 되는데, 고모할머니가 독신이 되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설이는 알게 되었다..즉 이 소설은 그런 것이었다.누군가의 인생이 발자취는 나 자신의 인생 발자취 속에서 엮이는 문재풀이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아직 성장하고 있는 설이는 자신의 삶과 아빠의 삶,고모할머니의 삶과 서로 겹쳐져 있었고,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즉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나의 삶과 너의 삶은 온전히 독자적인 형태로 완성되지 않으며, 서로에게 불가분한 삶이 될 수 있었다.설이의 삶,건우와 세연의 삶이 그러하다. 설이에게 엄마의 죽음은 울지 않는 설이를 독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었고,설이의 가치관 마저 고정적으로 완성시켜 버렸다.주어진 삶과 채워지는 삶,그 하나하나 느낄 수 있으며,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각자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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