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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너무 짜게 끊여진 그 라면을 정아가 허겁지겁 먹는동안 건호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이름은 건호라는 것,정아보다 두살 많다는 것,가족들은 모두 흩어져 살며 그다지 서로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공고를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성실히 돈을 모아 자신의 오토바이 가게를 갖고 싶다는 것. (-18-)
"놀고 있네"
장정은 씨의 얼굴에서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안 아이들이 괴성지르기를 그만뒀다.
"저번 시간 숙제 펴."
책상과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는 소리가 교실 전체에서 부스럭 거렸다. (-63-)
첫 경험을 치른 후, 영진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간직해온 동정을 주었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흘렸다. 2020년대에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통속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통속의 짝궁은 눈물이었다. (-76-)
윤정화는 자신이 나쁜 여자,아니 나쁜 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운 나쁘게 잘못 태어난 의생자라고,애써그렇게 생각해왔다.윥넝화의 어머니는 달거리가 몇 달 없자 드디어 폐경이 시작된 줄 알고 속 편하게 있었다가 마흔아홉에 얼럴뚱땅 그녀를 낳았고 그녀가 태어났을 때 윤정화의 아버지는 오십이 넘은지 오래였다. (-111-)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잘됐다는 듯이 덜렁거리는 물건을 씻지도 않고 아주 신속히 팬티를 입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내 자취방을 떠났고,나에게서도 영영 떠났다.
그래서 나는 실직과 실연과 동시에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_151-)
감기약을 손에 든 화정은 참담했다.약국에서 콘돔이나 사오지 이 멍청한 인간,그러거나 말거나 도훈은 이번에는 화정의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그러고는 흐뭇한 미정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181-)
수연의 어머니는 꼼꼼한 딸이 사망보험금 수혜자를 자신으로 해놓은 것을 알고 더욱 통곡했다.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고,그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은 드문 인간의 죽음이었다.태주는 수연의 화장대 서랍에 들어있는 이천만 원 통장을 끝내 모른다.그것은 단순한 화폐이기도 했지만,만 원씩 만 원씩 저금해갈 때마다 수연의 마음 속에 차곡차곡 적립되던 태주를 향한 애정이기고 했다.(-207-)
내 사랑아,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숙리를 볼 때마다 생각했다.여인 중에 가장 어려쁜 자야,너는 순전히 어여뻐서 아무 흠이 없구나,그녀가 없을 때나 다른 여자들이 그에게 슬며시 추파를 던지면 생각했다. (_228-)
정아, 정정은 씨의 경우, 아웃파이터, 공동생활, 누구세요? ,부장님 죄송해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 ,이숙이의 연애,이렇게 여덟편의 단편 소설이 옴니버스로 연결되고 있었다. 소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에서 여덟 편의 단편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었다.여기서 사랑이란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아닌 지극히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랑의 모습이었다.그중에서 <부장님 죄송해요>,<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가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내가 생각한 보편적인 사랑의 형태에서 벗어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사랑하면 ,욕망과 돈이 떠오른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실제 사랑은 복잡다단하게 서로 사랑과 사랑이 엮여 있었다.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절대 같지 않고,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틈이 허용될 수 있다.특히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각자의 삶이 서로 엮이게 된 것이 사랑이다. 그건 돈이라는 매개체만으로 사랑을 전부다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내 안의 열등감,나 자신의 과거,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누군가가 흘려놓은 사랑의 실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그런데 어떤 불행이 사랑과 엮이게 되면,사람들은 그 사랑에 대해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그것이 진실인줄 착각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는 바로 그런 복잡한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그건 주인공의 불행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들을 본인 자신 이외에는 알수 없다는 것이다.즉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불행 뒤에 사랑,그 사랑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랑의 단편적인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닌 것을 감추지 말아야 한다.
단편 <부장님 죄송해요>는 우리의 일그러진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주인공 화정과 막땋뜨리는 이는 바로 우리가 혐오하는 바바리맨이다. 그 바바리맨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옷으로 자신의 욕망을 감추게 된다. 화정은 그런 바바리맨을 크게 혼내주려고 다짐하였다. 소위 관음증에 가까운 바바리맨의 행동 ,실제는 그것이 아니었다.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쁜 선택과 결정을 한 것이었다. 소위 뉴스기사 속에서 평범한 회사원이 바바리맨으로 잡혀서 검거라는 뉴스를 접할 때, 그 사람의 인성이나 조건들을 문제삼게 된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환경적인 요소이다. 그 사람의 환경적인 요건을 해소하는 것, 사람이 가지고 있는 깊은 스트레스가 내재되어 있을 때,그것을 해소시킬 방안을 본인 스스로 찾고 있었던 거다.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의 왜곡되고 일그러진 사랑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