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슬퍼하는 모든 영혼에게
이청안 지음 / 레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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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모부에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
부모님은 우리 가족의 경제적 풍요를 앗아간 그를 원망할지 모르겠으나,나는 아니다. 더 누리고 살았다면 글쎄.
어린 시절은 내 성격은 냉혈한이 되기 쉬운 질감이었다. 고모부가 미리 내 인생에서 누릴 것들을 앗아간 덕분에, 나는 오히려 따뜻하게 자랐다.
준비물인 크레파스를 챙겨오지 않은 친구를 이해하게 되었고 (나도 어마가 맞벌이 전선에 뛰어들고 나서는 종종 준비물 챙기기를 잊곤 했다.) 나보다 많은 것을 가닌 사람으 삶이 '더 나은 삶'이 아니라는 확신을 하고 살제 되었다.
고모부는 분명히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살 것이지만 나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의 욕심이 자신을 옥죄고 불행하게 만들겠지. (-30-)


내 생각에 정의란 '꼭 살아남아야 할 그 무엇을 살려 나가는 힘'이다.내게 소중해서, 꼭 살려내야 하는 지켜야 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게 '나의 정의'다.
단 정의를 내세우기 전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정의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내 기준의 정의만 내세우면 나도 모르게 타인을 찌를 수 있다.내 정의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찌르지 않도록, 정의의 상대성에 대해 늘 염도에 두어야 한다.그리고 그 정의로움이 때로는 의도치 않게 나를 흠집 내어 피를 흘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우리집 냉장고에 이렇게 붙여놓았다. 
 "나의 정의가 타인을 찌르지 않도록 그리고 그 정의의 칼이 나 또한 찌르지 않도록 굽어살피소서" (-99-)


삶은 채워가는 날만으로 아름답다.설령 그 채움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 허무함만 가득 찬다고 해도 우리의 생은 아름다울 것이다.
남이 보는 내가 '내가 아니'듯, 남이 내 아픔을 알아주지 않는다.내 아픔은 오로지 나만 알수 있다.가끔은 나조차도 모른다.그러니 어딘가 아프면 쉬어가라.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당신이 제발 죽지 않고 살아주었으면
 좋겠다.완전한 죽음보다는 불완전한 삶이 흘러가도록 두었으면 좋겠다. (-166-)


두려웠다.나를 미워하는 그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내게는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하셨다.그런데 내가 깨달은 것은, 적이 없다면 '내 편' 도 없다는 것,나는 아버지처럼 선비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그리고 아무리 적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그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적과 마주해야 할 일은 생애 꼭 한번은 다가오며 그건 사람이라면 모두 다 두렵기 마련이다. (-230-)


아이가 어른이 되면,점점 더 방탄복을 치고,방탄유리를 두르게 된다. 어릴 적 음울한 기억들, 나의 약점,나의 나약한 모습들을 상기시키는 것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어른들이 사람을 다가갈 때, 경직된 모습을 자주 보이고,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부정적인 생각,근심과 걱정병을 안고 살아가면서,결코 긍정적인 삶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그런 거다.나의 불편한 자아,나의 불편한 정체성을 응시하기 위해서였다.그것은 불편하지만,마주할 수 있다면, 하나의 문이 열리게 된다. 우리가 견고하게 두른 것들이 나의 운신을 좁혀 나간다면,나의 불편함을 응시하는 그 순간,도전과 용기를 얻게 되고,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 책이 나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나에게 위로가 되고,나에게 위안이 되는 이유였다. 살아가면서,내 잘못이 아닌데도,나에게 잘잘못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고,억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그럴 때, 자신의 현재를 직시할 수 있다면, 나쁜 점이 아닌 긍정적인 가치를 얻게 된다. 저자에게 고모가 돌아가시고,고모부가 재혼을 하면서,얻게 된 것들이 스스로에게 따스한 온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즉 이 책은 우리 스스로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내 소중한 것들을 지킬수 있다면,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구축되어질 수 있다.실패하여도, 좌절하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상실을 겪더라도,그 과정에서 희망의 씨앗,정의로운 씨앗을 뿌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즉 따스한 온기란 미움을 잠시 내려놓고,내 앞에 넘어진 친구에게 손을 잡아둘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아닐까 싶었다. 저자가 저 하늘 위에 무지개의 끝자락을 응시할 수 있는 그 작은 여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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