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두려움
김요 지음 / 벗나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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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보다 조금 큰데 천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인구, 공식적인 소수 종족만 50개인 나라, 땅을 안고 살던 대부분의 농부들이 불발탄으로 피폐화된 땅에 눈물 짓던 곳, 악랄한 일본만큼은 아니지만,오랫동안 프랑스 식민지배를 당한 힘없는 역사, 5개국에 둘러 싸여 이리저리 치이던 바다 없는 내륙국가, 혈맹 사회주의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동경하고 구)소련,중국,북한과 더 친했던 라오,그래서 배낭여행 시절에는 항상 북한 출신인지 남한에서 왔는지를 묻던 이들, 하지만 한국 방송사의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한 해에 20만 명씩 다녀가니 이젠 더 이상 묻지를 않습니다. (-35-)


79년생 '캄라'는 정착 20일 만에 찾은 친구입니다. 공ㅂ부를 꽤냐 잘했던 그는 16살 때 맥주와 라오 전통주인 독ㄷ주를 섞어 마시고 구토를 하며 쓰러진 후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대인관계는 물론 의사소통 마저 단절되어 20년 넘게 쇠사슬에 묶인 채, 집 한쪽의 움막 같은 곳에서 지냈습니다. (-76-)


집을 벗어나 저희와 새로운 경험을 하며 쌓인 정이 많은 '하' 가 오늘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하'네 집은 장난과 차남이 태국에서 일하고, 2000년생인 셋째 형 '왕'이 집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왕'은 8살 때 했던 구순구개열 수술이 잘못되어 치아 2개가 코 속을 뚫고 나와 심각한 안면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를 만나자마자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을 해주고픈 마음에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96-)


매사에 경쟁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여서 라오를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 부르는 걸까요? 분노가 설 자리에 관용이 있고, 욕망 대신 절제가 있어서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하는 걸까요?스트레스 과로사, 자살이 거의 없는 순박한 사람들과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이 아름다워 'Simply Beautiful'를 라오 관광 초대핵심문구로 정한 걸까요?그래서일까요. 한손으로는 숫불을 피워 밥을 하면서도 다른 한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한 세기의 문명이 공존하는 라오에 단 한 번만 오는 여행자는 없다고 합니다. (-174-)


2004년 인간극장에서 두 시각 장애인 혜림,혜선 자매가 소개되었다. 그 방송에서는 고장난 시계가 있었고, 두 자매는 좋은 이웃이라는 CCM 시각장애인 합장단 맴버였다. 그 합창단에 있었던 이가 바로 이 책을 쓴 김요 전도사님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남다른 기분을 알게 되었으며, 국내가 아닌 동남아시아 라오에서 사역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요 전도사님, 그는 어릴 적 동네의 간질환자를 보게 되었고,그것이 특수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지게 된다. 방향은 다르지만, 여전히 장애인과 장애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음지를 밝혖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이제 국내가 아닌 소승불교국가 라오로 향하게 되었으며, 농인을 직접 찾아 나서게 되었다.여기서 농인이란 청각장애와 언어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중 장애를 가진 이들이다. 그들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의료시설의 낙후로 인해 재 때 수술을 받지 못한채 방치되어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국내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라오에는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라오인들은 순박하다.주어진 현실에 불평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는다. 비록 관료주의 사회 특유의 모습이 엿보여서 답답하고,느림에 속 터지지만 그것이 라오의 정서이며, 그들의 삶 자체였던 것이다, 경쟁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그들의 삶에서 우리가 얻지 못하는 풍요로운 정신을 얻게 된다. 그것은 저자가 이 라오에 머무르게 된 이유이며,자신의 본분에 맞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국내로 데려와 후원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과거의 소중한 가치들이 라오에는 있었다.1960년대~1970년대 우리의 모습이 그곳에는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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