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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평점 :
소설 <우리는 같은 곳에서>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묶여 있는 연작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 단편 소설은 우리의 민감한 주제이자 내밀한 정서, 동성애, 혹은 퀴어와 같은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었다. 먼저 소설은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나와 타인 사이에는 어느 정도 경계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감춰질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감추고 싶은 사람들, 동성애는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한국 사회 특유의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여전히 견고한 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삶을 유지하고, 경제적인 삶을 형성하기 위해 음지에서 음지로 숨을 수 밖에 없다.책 제목처럼 <우리는 같은 곳에서> 함께 시간과 장소를 고유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소설에서는 우리 사회의 깊은 정서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여덟편의 소설 에서 <고요한 열정>은 우리 사회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었다. 딸만 낳아서,대를 잊지 못하게 되는 부모에게 드디어 남자 아이 연후가 태어나게 된다.그러나 연후는 대를 이를 수 없는 동성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런 연후를 멀찍히 바라보는 누나 연수의 모습을 보면, 모 연예인들의 삶이 문득 생각나게 된다. 대를 잇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욕구,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죄책감,그것이 서로 상충되고 있으며, 만약 현실 속의 연후와 연수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해피엔딩일까,아니면 새드엔딩으로 끝나게 될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소설이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고,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