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계의 거리, 1미터
홍종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나는 정신과 의사다
내게 오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다
난 그 아픔을 치료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9-)
지금까지 결과는 이렇다.내게는 세 번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이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옆에 둘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쳤다.난 항상 느렸기 때문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나처럼 느리다고 생각하면 좋은 방법이 있다. 먼저 출발하면 된다, 관계에서 이것은 반칙이 아니다. (-27-)
자신의 약점은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약점을 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다.그리고 약점을 들켰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준비하는 것도 당연한 방어다.그래서 모든 상황을 가정한다. 이 약점은 어떻게 숨겨야 하고, 만약 들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이다. 때로 이런 과정에서 불안함이 모려온다, (-50-)
"좋은 배우자가 되려면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 하나는 부모 같은 면이야.물리적인 뒷받침이지.아플 때 나를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돼.다른 하나는 친구 같은 면이야. 말이 통해야 해. 교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되는 거지.마지막으로 아이 같은 면이야. 아이들은 벗고 놀아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재밌게 놀잖아.섹스하는 것이 즐거워야 해." (-86-)
한동안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한 코너를 맡아 매주 진행한 적이 있었다.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그리고 자랑하고 싶었다.방송할 때마다 페이스북에 올렸다.그러고 보니 내 페이스북도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온통 해외여행 사진이다. 그리고 내가 행복한 모습만 한가득이다. 그날 난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105-)
파토스다.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파악한 후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사실 로고스, 파토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바로 에토스다. 이미 그들은 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온다. 그리고 나를 정신과 의사로 선택한 그들에게 난 신뢰할 만한 사람인 것이다. (-146-)
짧은 외래 시간.그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없다.아무런 말이라도 좋으니 1분간만 혼자서 이야기 해보라고 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추임새는 내가 넣을 테니 자기 생각을 마음껏 펼쳐보라 주문한다.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지금 기분이 어떤지 표현하게 한다. (-194-)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시작점이에요.20년 동안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오늘을 시작으로 선생님을 자주 뵙고 싶어요."
그 날 이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정신과를 한 번 찾아 가 보겠단 이야기였다.선생님을 다시 만났을 때 말씀하셨다. 자신도 은사들을 잊고 산다며 나보고 안 찾아와도 된다고 말씀하셨다.그러면서 지금은 교사로서 열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는 시절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그런데 내가 선생님의 고요한 마음의 연못에 돌을 던졌다.이 전화 이후로 난 지금까지 선생님께 연락하지 못했다.
저자 홍종우 님은 오산시 정신의학 센터 정신과 의사이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그 안에서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매듭 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환자의 고요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극히 환자의 마음을 해아려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에너지 고갈이 상당히 소요되는 직업이기도 하다.그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의 약점과 상처를 어루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거울 ,이 책을 통해 생각했던 단어이다. 의사는 환자를 통해 자신을 보게 된다. 환자도 의사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다.즉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배움을 받게 된다. 즉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중요한 것은 관계이며, 거리이다. 이 책 제목 1미터는 저자와 환자 사이의 적절한 거리,1미터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어진 거리가 있으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서로의 거리릃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서,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병들을 살펴 보게 되었다.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그 불안에 삶과 생존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정신과 의사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또다른 병을 안고 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과정 속에 존재한다.
저자는 환자에게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고,반성하고, 바꿔 나간다.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자면,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즉 서로 잘 모르는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말과 생각, 가치관,관점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 공감하고,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대화의 매개체로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기고 하다.그리고 기다려야 한다.섣불리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정답을 쉽게 내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도 하다.정신과 의사의 삶은 누구나 경험할 순 없다.다만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내 삶에 있어서 잘된 것과 잘되지 않은 것을 파악하게 되고, 나의 삶을 비추겓 ㅚ었다.그리고 나의 어리석음, 실수를 발견하게 된다.그 안에서 내가 알고 있지만 그 답을 내어 놓지 못한 채 끙끙거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분석하게 되고, 느껴 보게 된다.'살아가고, 살아지는 것, 삶에 있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 책 속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