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씨씨TV
천눈이.서혁노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길가의 솜사탕 아저씨
소라와 번데이 아줌마
달고나 뽑기 아저씨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처럼
빨간 벽돌 양옥집은

한 카페 주인의 감각으로 
과거의 온기를 온전히 부여잡고 있었다.

마치,
도시재생은 추억재생인 것처럼 (-18-)


그 많은 카페 중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색 때문인가.
핑크색 블링블링한
초딩도 아닌데.

누가 그러더라
'카페의 몇 계단이 신분상승의 대리만족'을 해준다고

오늘따라 내 안의 욕망은
심장을 뛰게 하는 카페인처럼
상승을 요구하는지
자꾸만 오르고 싶다. (-42-)


오후 11시

하루 중 혼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 시간만큼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늦은 밤, 느린 속도로 걷는 텅 빈 퇴근길은 공허한 불빛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밤거리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발자국만이 가득한 곳이다.
뿌연 보랏빛으로 물든 도시의 밤은, 필요에 의한 온기만이 존재한다. (-71-)


정글과 안식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누군가에게는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안식처.
민주주의는 자유를 상징하고,그로 인한 자본주의적 가속화는 우리 삶을 둘러싼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산주의를 포기한
민주주의에서는 그에 따른 양극화 게임이 벌어진다.

한정된 땅과 고용률 안에서
생존하려면,경쟁과 창조를 해야 한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 꿀벌과 같은 환경이 주어질 때, 꽃이 피듯이
환경의 양극화는 생존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자유를 갖기 위한 대가는 냉혹하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곳은
정글과 안식처가 공존한다. (-115-)


해석병

현실에 치여 많이 힘들고 지쳤니?

이해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해하려는 강박관념은
현대인의 병이야.

우린 너무 '해석병'에 걸려 있어
잊었니
어릴 때, 새하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만 줘도 즐겁게 놀던
내 겜성은 어디에 두고 왔니.

친구야 .
예술 앞에서만큼은 자유로워도 돼.

이곳은 모든 게 허용되는 유일한 놀이터. (-128-)


7년 차의 고민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갈망은
다른 선택지로 향하게 되고,그 선택에 따른 두려움은
예측할 수 없어 머뭇거리게 된다.
그중 우리가 의식하게 되는 '나이'라는 것은
하나의 족쇄가 되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사회적 잣대가 만들어낸 숫자는
골든타임이라는 한정된 기회를 부여하지만
그와 벗어난 도전의 가치는 늘 열어두어야 한다.

두려움 너머엔
우리가 그토록 바라거나, 날개를 달아줄
의외의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

두려움의 족쇄만큼은 느슨해지길. (-152-)


우리 삶을 해석해 보면,디지털과 아날로그로 규분된다. 그리고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라고 한다면, 초등학교,아니 초등학교 이름 이전의 명칭 국민학교로 되돌리고 싶어졌다.온전히 하얀 분필을 마시고, 수업을 들었던 그 시간들,일년 일년을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바로 6년의 짧은 시간이었다.매순간 매순간 학교에서 아무 생각없이 흐,ㄺ먼지 잃으키면서, 뛰어 놀았고, 공중전화 앞에서 100원으로 전화를 붙들고 있었으며, 학교 앞 색소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그 순간이 자꾸만 떠오르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우리는 시간을 먹고 있었다.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추억은 새로운 형태로 바뀌게 된다.지나고 보니 알겠더라. 프렌차이즈 바스킨라벤스 31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어릴 적 군것질이었다.좀 더 깨끗하고,좀 더 깔끔하고, 다양해졌지만, 그 때의 추억,그때의 향수가 없었다면, 그들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추억이 된다.현재 우리가 보았던 것은 조만간 과거가 되었다.아날로그 일색이었던 우리의 삶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하나 둘 디지털화하였다.과거의 모든 것이 제자리였으면 하는 그 마음, 그로 인해 우리는 매 순간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가 바뀌면,하나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점점 우리 삶이 불확실해지고, 점점 더 빨라지는 삶 속에서 우리가 찾고 싶었던 것은 나만의 속도였다.나만의 속도는 나에게 시간을 음미할 수 있고,그 시간을 소중히 다룰 수 있게 된다.어딘가에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게 되고,누군가에게 선택되고, 결정되면서,족쇄가 되는 시간이 되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다양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살아가면서 놓치고 있었던 많은 것들,그것이 모두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된다.우리는 그 순간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것,그 안에서 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고,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나의 삶을 조금 더 떨어져서 보면서, 관찰하면서 살아간다면,일상 속의 당연한 것들 속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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