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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갱년기다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0년 6월
평점 :
신랑에게 전화해 "신랑, 나 할머니가 됐대." 이렇게 말했다.이 표현이 가장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나는 내 난자가 0개라는 의미를 "너 이제 나이들었어"라고 듣고 있었다. (-21-)
무엇을 해도 잘하지 못할 것 같고 의욕도 없고 그냥 자고만 싶어진다. 잘 할 수 있다고 외쳐보지만 ,메아리일 뿐이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안되는 걸까? 내 일을 하고 있으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 없이 혼자 하면서 이것도 하기 싫다고 하면 월세도 내야 하고 이것저것 비용도 지불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머리가 그냥 일하라고 하는데 몸이 아무것도 하기 싫단다. (-29-)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성적 발달과 성장에 꼭 필요한 대표적인 성호르몬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여성의 이차 성징을 유도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안면홍조, 야간발한,기분 변화, 건망증, 두통과 편두통, 질 혹은 방광감염, 요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에스트로겐이 과하면 유방팽창과 통증, 우울증, 구역질과 구토, 부종, 다리 경련,생리 과다가 나타난다. (-45-)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읽들이 갑자기 큰 일처럼 보이고 나하고는 맞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데 아마 평상시에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지만 나의 허용치 안에 들어와 아무렇지 않던 일들이 까칠이의 소환으로 눈에 띄게 되고 잠시 나를 잃은 사이에 버럭이가 나와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들이 생긴다. (-80-)
나 스스로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이었다. 난 갑자기 나이 듦을 느꼈고 갑작스러운 깨달음에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나의 미래에 말이다. 살면서 걱정을 가불하지 말자 했는데 나는 나의 다가올 노년을, 미래를 두려워했다. (-117-)
대체로 사람들은 부정한다. 수용하고, 선언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그건 용기없는 나 자신이 용기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저 높은 절벽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이 뛰어내리는 그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한다. 번지점프가 바로 그런 예이다. 하지만 부정하지 않으면 많은 일들이 보여지게 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변화를 수용하고,선언하면 ,내 주변사람들과 공감하게 되고, 소통하고, 대화를 즐길 수 있다. 돌아보면 그런 것이다. 두려워 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나 자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정언명법이다. 저자는 번지 점프가 아닌 갱년기를 선언하였고, 용기를 짜내고 있다.
변화는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몸의 변화,감정 변화는 특히 그렇다. 이유없이 버럭하고, 까칠하게 하면,내 주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 한다. 내 가족,내 친척,내 주변 사람들,소위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노처녀 히스테리가 그런 케이스다. 자신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주변 사람에게도 준비할 시간이 요구된다. 저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쿨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만사 귀찮아지고, 주변 환경들의 소음들이 나 자신에게 거슬리는 것,그것들을 하나하나 인정하고 있었다. 얼굴의 안면 홍조, 나이 들어감, 이런 형상들이 48세가 되는 해 ,그 때부터 시작하였다. 몸이 냉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갱년기 이전과 갱년이 이후, 할머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과,느끼지 않는 순간이다. 남자와 달리 여성은 그 변화가 급격스럽다. 난자의 갯수가 제로가 되는 순간, 한편으로는 불안을 인지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를 얻게 된다. 바로 그것이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차별화된 인생경험이다.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것에 대해서 만족감을 충분히 느낀다면, 남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두루 살펴 보고, 두루 아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