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한수정 지음 / 미래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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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첫날에는 그 죽음을 부정했다. 실감나지 않았다.핸드폰 너머로 들린 그의 부고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참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안절부절 못했다.

'아이들!'
옆에 있던 두 아리를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별일 아니라며 이모 집에 가 있으라고 했다. (-15-)


일몰과 일출은 변함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인생에서고 일몰과 일출의 순간은 늘 있다.긴 인생의 여정 중에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는 슬픔과 고난의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다.어둠 속에서 해가 떠올라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환희의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할 것 같은 그 시절이 지나고 보면 짧은 기억이다. (-58-)


모두가 가는 이 길의 끝을 향해 누구는 먼저 가고,누구는 천천히 가겠지.떠나간 오빠도 ,남겨진 가족도 슬프지만 누구나 가는 길이다.그 길 끝에서는 모두 다시 만날 것이다. 시기가 다를 뿐 모두 가는 길이고 그 끝에서 재회할 수 있다 생각하니 살짝 마음이 편안해졌다.힘들었던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 느낌이었다. (-94-)


하얀 그리움이 펑펑 내렸다.소복소복.마음에 그리움이 수북 쌓였다.그지없이 펑펑 내리는 눈이 반갑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창문을 닫았다. 손에 묻은 눈물을 톡톡 흔들어 털었다.눈가에 두 뺨ㅂ에 묻은 눈물도 소매에 쓱쓱 닦았다.마음에 수북이 쌓인 그리움을 툭툭 털어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도,가슴이 철렁 내려앉아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도 아직은 그를 잊고 싶지가 않아서. (-155-)


속상하고 마음이 힘들어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공감을 표현해주면 기분이 좋아진다.큰 위로가 된다.하지만 털어놓은 마음을 이해받지 못하면 속상하고 화난다.좌절감마저 들기도 한다. (-212-)


나는 원래 걷기를 좋아했다.가슴이 답답할 때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무작정 걸었다.머리가 복잡할 때도 걸었다.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날이 좋을 때는 기분 좋아 걸었다.버스 타고 갈 거리를 일부러 걸어 다녔다.친구와 만나서 걸었다.엄마와 걸었다.혼자서 걸었다.요즘에는 아이와 걷는다. (-252-)


산다는 것은 불행과 마주한다는 것이었다.불행은 산자의 것이지 ,죽은 자의 것은 아이넜다.불행을 처다보는 사람이 불행한 것이지,불행을 경험한 사람의 몫은 아이었던 것이다.그리고 언어는 불완전하다. 세상을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다.죽음과 상실,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과 겹쳐질 때,특히 더 그런 경향이 있었다. 주인공 한수정씨도 그랬던 것이다. 저자는 마흔을 앞두고 신랑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다.준비되지 않은 죽음,경황없이 남편의 장례식이 끝났고, 한줌의 흙이 되어 땅속에 뿌려지게 된다. 죽음 이후 현실감이 없었던 그것들이 기억이 불현듯 은하수처럼 쏟아질 때,그때 느끼는 깊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저자에게 죽음은 그런 것이었다.살아가기 위해서, 건이와 준이 두 아들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엄마 한수정씨는 깊이 다짐하면서, 견딞과 버팀을 학습하게 된다.


여리디 여린 어마가 가장이 되어서,두아이의 엄마로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한 가정의 경제권을 혼자 쥐고 있다는 것은 행복이 아닌 부담감이었다.남편의 부재,답답한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그 터널 속에서, 스스로 안전하다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서 꾸준히 자신의 슬픔을 지워 나가게 된다. 지워지지 않는 슬픔의 흔적들 마저 눈물로 지웠으며, 여전히 마스카라 번진 슬픔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었다.그리움은 언제나 독한 것이었다.벗어나려 할수록 올가미에 잡혀 있는 기분이었다.살아간다는 것, 위로를 얻기 위해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걷고 또 걷는 것이었다.걷기에 집중함으로서,슬픔을 잠시나마 잊게 되었고, 그 순간 스스로의 존재감을 깊이 보여주게 되었다.그것이 바로 저자가 언급하는 인생의 희노애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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