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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행성 1
Daniel Lee 지음 / 처음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제9행성. 1이 행성은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거의 수직이어서 적도를 중심으로 아래위가 대칭적이었다.한쪽 극지방에는 흰색의 얼음 산맥이 있었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얼음과 눈이 땅에 자리를 내주었다.적도를 따라 이어지는 검은색의 긴 띠는 아마 바다일 것이었다. 산맥에서 흘러 나오는 가느다란 강들이 바다로 연결되었다. (-10-)
정황상 유나와 댄, 벤 사제는 모두 메이의 포로였지만,네 사람 중 아무도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았다.메이는 우주선을 고쳐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댄에게 이것저것을 시켰고, 댄은 별 대꾸없이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나는 벤 사제를 돌보는 일을 맡았는데, 실제로 별로 할 일은 없고 가끔 벤 사제에게 물을 주거나 우주인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벤 사제는 사실 메이와 몹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메이는 일에 바빠 도통 수다를 떨 상황이 아니었다. (-102-)
한편으로는 아무도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비겁함에 분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작 자신이 그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뾰족한 해법이 없었을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쨋든 시온 사람들에게는 신에 대한 경외심과 신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그것을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고대인들이 만든 기계가 아니라 주사위를 던져서라도 신탁은 필요할 것이었다. (-222-)
폴의 차가움에 예레미 사제는 한풀 꺾였다.
"무례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최고 제사장님,저는 다만 혹시라도 제사장님의 개인적인 이해로 인해 큰일을 그르치게 되실까 봐 염려되었습니다.그러나 제사장님께서 제일 잘 아시겠지요." (-327-)
SF소설 <제9행성>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인류가 예기치 않은 이유로 멸종을 맞이할 때,그 생존 도구는 있는지이다. 그리고 그 생존 도구나 수단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며,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즉 이 소설은 과학 소설이면서,지극히 서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지구와 비슷한 환경,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 모 행성을 우리가 알게 된다면,그때는 어떻게 그곳에 갈수 있는가이다. 더군다나 그 행성이 아무리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적화 되었다 하더라도, 이 소설에 나오는 시온 행성처럼 척박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은1000년 이후인 3124년을 향하고 있다.그건 삼국 시대에 우리가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쓴 것이라는 의미이다.즉 소설은 지극히 현재 중심적이면서,앞으로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 저 먼 행성에 인류가 옮겨가면서, 하나의 거주구를 형성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그들만의 규칙, 그들만의 규율이 생겨나게 되고,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여기서 쭝요한 것은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때,그 행성에 누군가가 들어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소설에서 킬러 위성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또다른 외계 문명이 위성이나 로켓을 통해 그 행성의 중력을 이겨내고 들어온다면, 그 살아있는 인류마저도 위태롭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행성에는 곳곳에 유리나 거울의 재료가 될 인간에게 해로운 독이 환경 속에 충분히 가득차 있었다.
소설은 지극히 종교적인 색체를 띄고 있다.시온행성과 대제사장이 바로 그런 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탈무드가 생각났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고,경쟁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유대인이 아닐까 착각이들 정도이다. 소설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2만이 넘은 거주구가 한순간에 폭발하고 사라지게 된다. 사건을 묻으려 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시소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즉 이 소설에서 보여지듯이 유대인을 학살했던 매개체였던 우생학적인 요소가 다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즉 인류가 안정적일 때는 우생학은 필연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위태로워지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우생학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며,합법적으로 그 행성의 범돠 제도에 우생학을 접목할 가능성은 충분이 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그것이 바로 그들이 살고 있는 거주구를 없애려 했던 정황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나 있었으며, 시대가 바뀌어 환경은 달라질 수 있지만,인간의 생존 욕구나 본성은 사라지지 않음을 한 번 더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