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은 처음이라 - 국경 없는 경찰, 그 흔한 오해와의 실천적 거리 두기
강기택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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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등받이보자 더 길고 깊은 안도의 심호홉을 했다.'인터폴 아시아 태평양 지부의 지부장 Head of INTERPOL Liaison Office for Asia and South Pacific'자리가 비어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지 족히 서너달이 지난 때였다. 우리 정부의 추천 없이는 애당초 지원을 못 하도록 인터폴에서 규칙을 정하고 있었다(-11-)


인터폴에서 일한다고 해서 아무 나라나 불쑥불쑥 들어가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번쩍이는 인터폴 배지를 들이밀며 '인터폴'을 외친 후 '할머니가 한국분이십니다' 같은 혀 짧은 소리로 범죄자를 취조해서도 안 된다. 이런 설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다.그 내막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인터폴에서는 인터폴 문양이 새겨진 배지도 더 이상 발급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다. (-62-)


종류별로 살펴보자면 가장 널리 알려진 적색 수배를 필두로 범죄수사에 필요한 사람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데 쓰이는 청색 수배,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죄 행위를 경고하는데 쓰이는 녹색수배가 있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데는 황색 수배, 사체의 신원 등을 확인하려면 흑색 수배, 사람이나 재산에 급박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나 사람 또는 물체 증에 대해 경고하는데는 오렌지색 수배, 새로운 범죄 수법을 공유하고 싶다면 보라색 수배를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유엔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대해 안보리의 요청으로 발부하는 특별 수배가 더해진다. (-81-)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 키리바시 Kiribati는 2018년 11월 인터폴의 194번째 회원국이 되었다.내가 맡은 지역이 아시아와 남태평양이니 키리바시까지 더해져 관할하는 회원국도 하나가 늘어난 마흔 개흫 채운 해의 일이었다. (-147-)


시간에 비례해 일에 익숙해지고 여유가 찾아온 때쯤 형사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마음먹었다.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는 한편 그 일이 내게 맞는 것인지를 찬찬히 살펴둬야 한다는 순환보직의 본뜻을 새삼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맡은 일을 해나가기 위해 우리의 틀에서 작동하던 내 의식을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봐야 했다. (-210-)


현장은 슬라이드 글라스 위보다 광범위하고 무질서하다. 먼저 피라미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맞아야 한다. 혈액형을 밝히고 DNA 를 분석하는 장소는 또 따로 있다.옮기는 중에도 외부 환경에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 바꿔치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해서도 안 된다. 고의이거나 과실이거나 다르지 않다. 사람도 외부 환경이다. 이것을 증거 보관의 연속성이나 증거물 연계성 CHAIN OF CUSTODY 이라고 한다. 이 연속성과 연계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우리 법원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애당초 증거로 쳐주지 않는다.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거다. (-252-)


저자 강기택 은 인터폴 아시아태평양 지부 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찰대 87학번으로 졸업하여, 경찰이 되어, 지역의 경찰 서장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였고, 저자는 50대가 되어서 아시아 태평양 아시아 지부에서 자신과 다른 국적의 인터폴 직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방콕에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부는 아시아 전체의 국제기구를 관할 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인터폴이 익숙하면서, 낯설다. 영화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국제 경찰 인터폴은 언론이나 뉴스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연계되어 있었다. 한국 국내 내부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해외 국제 경찰의 공조 수사가 필요할 때 우리는 인터폴에 사건을 의뢰하게 되고, 수배 혹은 범죄자의 소재 파악을 하는 경우가 있다.익숙한 이유는 영화 속 단골 소재이기 때문이고, 낯선 이유는 우리가 인터폴에서 일한느 사람들을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폴 아시아지부는 방콕에 있으며, 인터폴 본부는 프랑스에 있었다. 저자는 인터폴 지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천과 면접은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그건 인터폴의 위상과 엄격한 심사와 면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자보다 비슷한 직급, 더 높은 직급으로 한국에만 12만명이 있기 때문에,인터폴 직원이 되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고,희귀하기 때문이다. 


적색수배.인터폴 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다.그러나 책에는 적색수배 이외에 다양한 수배가 있으며, 그 특징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건 인터폴의 목적이나 의도에 맞게 명확한 수배를 내려야 하며, 미국에서 취득한 로스쿨 졸업은 인터폴에서 일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에는 저자가 경찰로서 일해왔던 20여년 간의 시간들도 소개되고 있으며, 87학번 , 즉 386 세대로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현실 속의 인터폴은 어떤 직장이며,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전세계 나라중에서 인터폴 회원국이 되기 위한 조건들, 철저한 보안과 비밀을 위해서 인터폴 전용 인터넷 망, 인터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국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해석이나 외국어,국제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필요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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