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전파사 소설Q
신해욱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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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이름은 흑진주다. 흑진주는 독한 마마를 앓고 있다.물집투성이의 얼굴이 낡은 스펀지처럼 상해간다.모공이 차차 확장되고 확장이 끝난 모공과 모공은 합쳐져서 더 커다란 모공이 된다."꿈이 얽은 자국이야." 흑진주가 웃는다. 부글거리는 거품소리가 난다. (-13-)


욕실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바람은 없고 눈송이는 가벼워서 땅에 닿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어느새 옆에는 진주씨가 다가와 있다.진주씨는 욕조에 걸터앉는다. 진주씨의 엉덩이에 내 잠이 닿는다. 귀 뒤로 넘긴 머리카락,관자놀이의 풀른 혈관, 옆모습에 생경한 웃음이 흘러내리고 창밖에는 눈이 온다. 나는 실눈을 뜬다. 속임수구나.저것은 눈송이가 아니다.눈송이를 빙자한 애벌레들이다. (-109-)


알아본다.눈을 감고 숨은 신이 나의 그림자를 뒤빕어쓰고 일어선다.비로소 나는 깨닫는다.꿈속이구나. 청색증은 꿈속의 풍토병이구나. 청색증 때문에 숨은 신을 만난 거구나.아래를 내려다본다. 고랭지의 꿈은 푸르고 전망은 환상적이고 한발 앞은 절벽,땡별 신이 나의 등을 떠민다. (-201-)


꿈이었다.허른한 전파사 간판을  달고 있는 해몽전파사는 진주씨가 사장으로 있었다.1층은 전파사이며, 실제로는 2층에 메인 아지트였다.그곳에서 꿈을 모으고, 꿈을 교환하느 프로젝트,진주씨는 흑진주 꿈을 꾼 나의 꿈을 사게 되었다.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 마르셀 프루스트,실비아, 프로이트, 융,이들은 꿈고 관련한 문학인이며, 의사였으며,심리학자였다.진주씨가 있는 그 특별한 공간에서 꿈은 모여들었고,그 꿈을 모으게 된 이야기,꿈이 또다른 꿈의 씨앗이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꿈을 교환하고,모으면서,그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무의식화된 꿈,그 꿈이 의식적으로 발현되는 것, 시각장애인은 눈이 멀어지기 전에 보았던 것이 꿈이 되었다. 청각장애인도 꿈을 꾸게 된다. 꿈은 나를 치유하는 도구이며, 포유류는 다 꿈을 꾸면서, 어른이 되어다고 ,성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꿈이 나의 자기 치유라면, 진주씨가 있는 전파사와 꿈이 서로 엮이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낡은 전자 기기를 고치는 낡은 전파사, 사람을 치유하는 꿈, 그 꿈은 자각몽,예지몽,액체몽으로 구별되었다. 그것은 작가가 소설 속에 은연중에 내포한 작가만의 의도였다. 책에는 40여개의 꿈을 말하고 있으며,그 꿈을 서로 교환하게 된다. 진주씨에게서, 설아씨로,설아씨에게서 삼월이에게로,누군가 들었던 꿈은 그 사람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나의 무의식 세계를 자극시키게 된다. 꿈 속의 생경한 경험들, 야릇한 기분들, 세사람은 해몽 전파사에서 낭독모임을 통해 꿈을 교환하게 되었으며, 나 자신의 꿈을 객관화하게 된다. 프로이트나 융이 해왔던 그 꿈일기 쓰기가 바로 이 소설 곳곳에 남아있었으며, 내 꿈을 어떻게 일기화하는지 그림을 그리듯 구체화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금새 까먹게 되는 나의 일상화된 꿈들,그 꿈을 어떻게 생생하게 체화하게 되는지, 그 꿈은 나만의 자기 세계이며, 나의 소우주라는 것을 보여주는 신해욱 작가의 <해몽전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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