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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11년 전 쌍둥이 아들을 포함하여, 샘,레오, 스티븐, 딸 소피아까지, 네 남매의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전문가 사회 언어할 박사 진 매클렐린 박사가 사는 미국에 칼 목사에 의해 형성된 '순수 운동'이 확산되고 있었다. 하루 100개의 단어 이상을 사용하면, 101번째 단어를 쓰는 구 순간 팔지에서 흘러나오는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침묵이 강요된 사회,진 매클랠린 박사는 이 운동을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진매클랠린 박사가 칼 목사의 순수 운동을 거부하게 된 것은 진 매클렐린이 낳은 네 남매 딸 소피아 때문이이었다. 어릴 적부터 팔찌를 차야 하고, 단어 하나당 카운터 하나가 올라가는 현실 속에서 매일 매일 동화책을 딸 소피아에게 들려줘야 하는 진매클렐린 박사의 어마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침묵이 강요된 사회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점차 말수가 줄어들고, 필요한 말만 하게 되고, 정작 놓치고 사는 언어들,예기치 않게 생겨나는 사고들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침묵이 강요된 사회는 침묵은 허용되지만, 외형적으로 순수(pure) 하고, 강제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사회이며, 안정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강요된 운동은 저항이 뒤따르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코끼리 일화가 생각났다. 어릴 적 밧줄에 묶인 코끼리가 성장하여, 그 튼튼한 밧줄을 자신의 힘으로 끊을 수 있지만, 스스로 그것을 끈지 못한다는 일화는 이 소설을 쓰게 된 영감이 되었다. 즉 인간의 삶을 옥죄고, 자유가 박탈된 상태의 가부장적이면서, 기독교적인 교리에 따라가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소설은 디스토피아적 소설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더군다나 소설은 가까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끄럽고, 난잡하고,대중적이면서, 의미가 불분명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극적인 데이터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의미와 가치가 실종된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그럴 때 상징적이면서, 압축된 언어를 강요하는 사회로 바뀐다면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작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흔한 모습이며, 익숙하다. 매일 서로 부부가 만나면 단순한 단어만 쓰는 경상도 특유의 딱딱한 표현들이 바로 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와 일치하고 있으며, 저자가 왜 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계획하고자 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소설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상당히 용이하였고, 독특한 서술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즉 말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 소위 남자들, 권력자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고, 말을 잘 듣는 아내가 될 수 있고, 상당히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의사 소통이 삶의 전부이며, 자녀의 교육과 성장을 돕는 여성의 입장이라면 지극히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강요된 순수운동임에는 분명한 요소들로 소설에 채워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현대인들의 소통 방식이 어느 순간 단절된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비언어적인 요소가 발달될 수 밖에 없으며, 침묵을 강요하지만, 그 침묵을 깰 수 있는 대안을 다시 만들게 된다. 그건 이 소설이 우리에 강요된 제도와 규율이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을때 나타나는 근본적인 저항은 어떤 형태인지 진 매클랠런 박사의 행동 하나 하나에 잘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