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걷는사람 시인선 23
김대호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고 말하는 게임 광고를 보면서 나는 ,아찔하다 내가 전드린 것은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었고 건드려서 이득 볼 것이 없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건드린 후 나는 어두운 쪽으로만 걸었다 나는 소문이 되었다 나는, 자꾸 어딘가 나빠졌다.

그후에도 내 날씨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기온에 머문다 맑아지기 위해 바닥까지 내려가 임상을 했다 그 자해로 인해 자신에게 번번이 속는 습관을 갖고 말았다

내 주술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
눈을 감으면 더 많이 보인다는 것
주술을 풀어야 한다
파란 약 빨간 약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먼저 지나간 일부터 빨리 정리해야 한다
과거의 치명적인 과오는 현재를 살기 위해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악몽에게 들키고 비 오는 날 알 수 없이 찾아오는 허망에 들키곤 한다
보는 것이 죄가 된다

모든 것을 무기물로 만든 뒤 흔적만 보여주는 것이 바람이랍면, 그 끝에 내 조상이 있고 바람의 현재가 내 후기일 것이다
건ㄷ즈리지 말아야 할 것을

그대여
그리고 이 낱낱의 저녁이여
아주 작은 소품을 안고 너를 우회한다. (-62-)


원적

고향집은 폐허가 되어 누구도 거주하지 않지만
주소는 아직 말소되지 않았다
그 주소로 당선 소식을 기다리고 당신의 답신을 기다렸다
여러 번 주소를 옮겨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 원적은 바람과 먼지의 소굴이 되었다
그 주소로 편지를 전해 주고 냉수 한 사발 얻어먹고 냉큼 일어서던 배달부는 늙었을까나
그 땐 배달부, 엿장수,비렁뱅이 모두가 사람이었고
누구를 해치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둘 사이에 찌꺼기가 낀다
정기검사를 통해 청소하지 않으면 녹이 슬거나 금이 간다.
사람이 괴물이 되기도 한다
대화의 엔진이 멈추고
둘은 먼 길을 각자 반대쪽으로 가며 으르렁 거린다. 

그런 때
나는 바람과 먼지의 거주지가 된 내 원적과
그 주소지로 배달돼 오던 손편지들을 생각한다
사람 옆에 사람이 있었다
가난 했지만 누구도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128-)


이후의 주소

누군가 내게로 오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내개 닿을 수 없도록 여러 번 주소를 옮겼다
나는 아직도 눈 오는 밤을 설명할 수 없어요
내게 닿아 미끄러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걸료
미역국을 먹다 체했을 때
양말에 구멍이 났을 때
그때 느꼈던 슬픔은 사소했지만 오래 지속되었어요
당신이 나를 설명하고 내가 당신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헤어질 수 있었다
무엇인가 내게로 온다
푸른 저녁
황망한 부음 소식이 내게로 왔다
나는 언젠가 어딘가로 자는 것이 아니라 이 푸른 저녁의
익숙한 일부가 될 것이다
낮과 밤의 고운 입자가 될 것이다. (-141-)


시를 읽었다. 내 삶을 비추고 있었다.살아가면서 인간과 살아가갸 하는 우리의 필요불가결한 선택들,그 선택들로 인해 반드시 후회하고, 반드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 삶이 어느 순간 내가 원하지 않은 곳으로,시궁창으로 빠져들때가 있었다.그럴 때 현명한 지혜가 있었다면, 그 순간에 멈추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는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집이 나에게 극히 일부분이면서 위로가 되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살아가면서,매순간 느껴왔던 삶에 대한 다양한 희노애락들이 결국에는 내 삶과 엮이고 말았으며, 스스로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결국 나 스스로 사람을 정리하지 못함으로서 스스로 녹슬어짐을 방치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누군가가 괴물이 된 것도,내가 괴물이 된 것도 결국에는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었다.그 어두운 동굴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야 그것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 자신의 한심함과 마주할 때가 있었다.이기적이지 못하고,개인적이지 못하면서, 나약함과 비겁함,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의 허술한 모습들이 중첩되어서,내 삶의 불행의 전초전 역할을 해왔었다.어둠의 심연에 빠져 들었던 것은 아담이 사과를 먹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여서, 그로인해 내 삶들이 어느 순간 내가 의도치 않은 곳으로 흘러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며,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 유혹에서 빨리 나왔을 것이다. 내 삶의 다양한 군상들이 반복되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나자신의 행운도 나에게서 비롯되었고,내 자신의 불행도 나에게서 시작되었다.그 과정 속에서 내 삶을 들여다 보게 되며 ,나 자신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