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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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그 순서였을까."안녕하세요,제로캐럿입니다." 다 같이 인사한 뒤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순서를 지켰다."제로캐럿의 다인입니다." "제로캐럿의 루비나입니다.""제로캐럿의 지유입니다" "제로캐럿의 재키입니다","제로캐럿의 준입니다." 데뷔한 뒤로 줄곧 그렇게 말해왔다.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를 지켜 일렬로 섰고,인터뷰를 할 때면 마이크를 꼭 그 순서대로만 넘겼다. (-14-)


"스물셋?"
제로캐럿이 되었다면 좋았겠지.스물 세살에 ,춤을 잘 추는 스물 세살이면, 노래를 잘 하는 스물 세살이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줄 아는 스물 세살이면 좋았겠지.앞으로 내가 뭘 더 할수 있게 될까 설레는 스물 세살이면 ,그러다가 루비나는 문득 서른아홉살에 대해 생각했다.스물셋보다는 서른아홉에 신경이 쓰였다.아무래도 끝자리가 아홉인 나이는 괜히 더 신경이 쓰인다니까. (-41-)


"루비나 언니가 그러더라.미움도 관심이라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또 고마운 일이라고. 그래서 말인데 너 나한테 관심 있니? 그러면 이제부터는 좀 고마워해보려고."(-116-)


꼭 필요한 물건만,종류별로 단 한개씩만 가졌다.머그컵이 있으면 유리컵을 사지 않았다.같은 로션을 썼다.서로의 옷을 번갈아 입었다.우리는 쌍둥이 자매처럼 닮아갔고,가끔 그런 서로에 놀랐다.안온한 친밀감이 있을거라 생각했던 자리에 의외의 당혹스러움이 있었다.누구도 완벽하게 원하지 않은 것들,타협으로 이루어진 소유의 세계, 우리는 키스를 할 때 서로의 입술에서 같은 립스틱 맛이 나는 것이 싫어졌다. (-122-)


네 명의 제로캐럿이 부르는 라스트 러브의 첫 소절은 준이 불렀다.다섯명의 제로캐럿이었을때는 지유가 부르던 부분이었다.준은 마린이 부르는 것으로 편곡했지만,마린의 의견으로 준이 부르게 되었다.마린은 준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다른 맴버들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잘도 알면서 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건 모르는지.마린은 준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라스트 러브가 좋았다. (-165-)


Q소설 조우리의 <라스트 러브>는 5인조 걸그룹 제로캐럿을 소개하고 있다.그 다섯은 다인,루비나,지유, 재키,준이었다.여기서 루비나의 나이가 가장 많았고,5인조 걸그룹은 5년뒤 자동적으로 해체하게 된다.사실 그동안 1세대 걸그룹부터 지금까지 면면들을 보면,서른 이전에 거의 대부분은 은퇴를 하였다.다만 인기걸그룹 중에서 브아걸만이 예외였다 말할 수 있다.이처럼 걸그룹 제로캐럿의 수명은 최고참 루비나의 나이가 기준이 되었으며,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걸그룹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책에는 7개의 팬픽으로 되어 있다.걸그룹의 경우 팬들 사이에 팬픽이 많이 유행하며,팬클럽 내에서도 팬픽 쓰기 공간이 있다. 그건 가수를 바라보는 시선들과 신비스러움, 충성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팬으로서 자신과 가수를 엮고 싶은 소망으로 가득차 있는 경우가 많다.팬과 가수가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어떤 유명 팬픽의 경우 가수들도 즐겨 읽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그것이 팬픽의 묘미이며,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걸 팬픽으로 쓰면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할 때가 있다.팬픽 속에 러브가 자주 등장하고, 그주에서 레즈비언 러브가 잔헐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가 조우리의 <라스트 러브> 속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던 이유는 나 스스로 소녀시대 팬이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첫 노래인 <다만세 (다시 만난 세상)>에 해당되는 것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스트 러브>이다. 가수들은 첫 앨범의 대표 노래가 애틋하다. 가수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항상 언제나 어디서나 메뉴얼대로 움직일 때가 있다. 인형처럼 보여지고, 인사를 할 때도 절차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도 동시에 엿볼 수 있다.5인조 걸그룹 제로캐럿에서 두명이 기획사 계약만료가 되어 기획사에 나오면서,3인조 걸그룹이 되는 것은 걸그룹 세게에서 흔히 있는 경우였다.때로는 실제로 무리한 스케쥴로 인해 걸그룹이 교통사고를 당하고,그로 인해 아주 큰 고통속에 지내는 걸그룹 멤버들도 있다. 걸그룹 세계의 내밀한 부분들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나 스스로 걸그룹 안에서 하나의 팬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엇기 때문이다. 20만 팬그룹으로 유명했던 소녀시대의 팬그룹이 최근 운영진 하나로 인해 회원수가 반토막이 나는 것을 보면서,씁쓸함을 느꼈던 기억들이 순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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