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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ㅣ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미쳤구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나는 더 재수 없는 년이 되는 거야. 집안 남자 둘을 한꺼번에 잡아 먹은 년.
나는 승호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본 적 없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렇게 말했다.
따뜻한 말 따위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승호가 실망하고 나를 싫어하게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129-)
창비 출판사 Q 시리즈 <이제야 언니에게>는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협된 시선과 혐오와 증오를 말하고 있다.뿌리깊은 차별, 여성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일탈적인 상황들의 원인들을 정확하게 적시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리뷰를 쓸 시점,텔레비전에서 막장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소설과 막장 드라마.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같이 수면위에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그 막장 드라마 속 이야기가 이 소설의 원인과 겹쳐져서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제야' 는 이제 중3이며, 두살 터울 여동생 '제니'가 있었다. 평온한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 제야에게 일상을 망가뜨리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2008년 7월 14일에 갇혀버리게된 제야, 아빠와 친척이라 말하는 당숙이라는 이가 제야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게 된다. 여기서 당숙은 아저씨 혹은 아재라 부르는 인물이며,아빠의 먼 친척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제야는 곤란해지기 시작하였다.가해자는 분명히 당숙인데, 세상은 그 당숙이 저지른 일탈적인 문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수면 위로 올라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할머니, 큰아버지, 그리고 학교 교장까지, 제야의 마음 속 깊이 찢어진 상처는 생각하지 았었고,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제야는 그로 인해 7월 14일 비오는 날에 일어난 사건에 갇혀 버리게 된다. 부모님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제야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상황은 바뀌지 않으니 제야보고 참고,잊어버리라는 잔인한 말을 쏟아내게 된다. 그 기억을 찢어버리고 싶은 제애는 그로인해 더 그 기억에 집착하게 된다. 여기서 앞에 이야기했던 막장 드라마가 튀어 나와야 할 즈음이다. 왜 주인공 제야는 피해자인데,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주변사람들이 주는가이다.그건 제야가 공동체 안에서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안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은 개인의 문제가 공동체의 문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체면을 더 중시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씨족 사회에서 제야의 존재는 약자이면서, 자신의 내면의 상처를 풀 수 없게 되었다.'이 소설은 바로 제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씨족 사회의 결정적인 헛점들을 수면위로 반복적으로 보내면서,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문제의 당사자도 아닌 제리의 미안함, 승호가 제야에게 미안하다고 제야에게 말하는 이유는 방관자로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이다. 제야는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이 여동생에게 미친지 않을까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였다. 세사람의 분노가 당숙이 제야에게 사과할 수 있는 동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철저하게 아웃사이더이면서, 방치되어 있었다.승호가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고, 제야의 약속을 지켰다면, 제야의 불행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 말하는 이유도, 본인 스스로 방관자임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사회앞에 약자로서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제야의 말을 듣지 않고, 당숙의 말을 더 신뢰하는 이유는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았던 불편함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혐오스러운 아픔이었고 찢어버리고 싶은 아픔이 제야의 내면 깊숙히 감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