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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더 일찍 당신을 만났다면 - 당신의 빈자리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가족 이야기
김수려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지난 월요일에 의식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던 신랑의 귀에 대고 이런 당부를 했다."영춘 씨, 며칠만 더 있다가 가.정민이 중간고사 있고, 수민이 수학여행도 있잖아." 하지만 힘들어 하는 신랑을 보면서 다음날 다시 속삭였다."너무 힘들면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아."
금요일 저녁 아이들이 모두 다녀간 뒤 토요일 아침에 신랑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13-)
처음 말기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아들이 너무 어려 조금이라도 더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었다.나도 어머니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내에게 "나는 어느 만큼 살았으니까 괜찮아.근데 아들이 너무 어려 .석 달 더 사는 것과 3년 더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를 것 같다"라고 했다.아들이 고등학교 갈때까지라도 내가 더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딸이 대학교 갈 때도 그때이고.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내가 물었다.
"영춘 씨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35-)
어디선가는 나를 앞세우고 뒤에서 따라오기도 했다.대피소에 도착해서 다시 배낭을 메고 마을로 내려왔다.아들은 어깩가 정말 많이 아팠을 텐데 짜증도 안 내고 내려왔다.
앞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들아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겠어.엄마가 이래라저래라 안 할께.'이렇게 힘든 산행을 견디는 사람한테 뭘 요구하겠니.' (-99-)
낮시간을 보내고 지는 해룰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다 보면 쓸쓸함과 슬픔이 몰려 왔다.신랑이 보고 싶어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는 휴지로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밖곤 했다.집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면서 콧물을 풀고 눈물을 마저 잘 닦고 계단을 올라온다. 이렇게 살면 뭐하나,따라가고 싶다는 게 이런 마음인가,내가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나,그러다 현관문 앞에 도착할 때는 '그래도 살아야지.아빠도 없는데 엄마라도 잘 살아 있어야지'하고 코에 힘주고 "흥" 한 번 하고 문을 연다. "다녀왔습니다~"힘차게 말하며 웃으며 들어선다.어머니와 아들과 저녁을 먹고 이야기하면서 신랑은 가슴에 담아놓는다. (-168-)
부모는 자녀들이 살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다.자녀의 얼굴을 보고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자녀들이 자기 나름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오늘도 수행평가 과제하느라 수고하고 있을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194-)
딸에게 배우고 싶은 것 또 하나는 웃으면서 거절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거절을 잘 하지 못했다.아마도 항상 칭찬을 듣는 데 익숙해져서 저절하면 칭찬을 듣지 못할까봐 그렇게 된 것도 같다, 거절을 제때 못하면 늘 문제가 생긴다. 도와줄 시간도 없는데 거절을 못해서 정작 내 일은 뒤로 미뤄 놓고 다른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거절하면서 무조건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했다.그 사람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었다. (-227-)
정확한 거절 의사를 듣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나에게서 그 문제가 떠나버렸다.아 저렇게 거절하면 되는구나, 엄마인 나를 거절하는 게 아니고,내 의견이 자기 의견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속으로 '네가 나보다 더 지혜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딸로부터 또 배웠다. (-228-)
저자인 김수려 씨와 남편 영춘씨 그리고 두 남매 수민과 정민,이렇게 네 사람이 살았던 행복한 가정에 슬픈 일이 생기게 된다.남편 영춘씨의 말기암 선고, 그리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사별이라는 것은 어쩌면 갑작스럽게, 때로는 예고되지 않은 순간에 내 앞에 훅 다가올 때가 있다.그럴 때,스스로 다독거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나가야 한다.그러나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갈 때가 있다.그럴 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삶에 대한 기준과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부와 두 남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은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책 제목이 독특하였다.10년만 더 일찍 당신을 만났다면,이 말은 저자는 결혼 생각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었다.서른 다섯에 만난 남편, 그 때 남편은 마흔이었다. 그렇게 운명의 짝지를 만나게 되었고,서로 함께 하는 소중한 사이가 되었으며, 살아가는 인생의 버팀목이 되었던 삶의 방정식이었다.강사이면서, 어린이집 원장이며, 부모 교육을 상담하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 그 과정에서 남매를 보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고 있었다.가끔은 힘든 삶이지만, 때때로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왜 살아나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특히 이 책에서 저자의 관대함과 삶의 유연함이 잘 도드라지고 있었다.아들에게서 배움을 놓치지 않았으며, 딸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면서,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맞다고 하는 세상 속에서 저자의 독특한 마인드와 샇의 철학은 우리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삶의 위로를 얻기 위해서 내 주변샇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스스로 느껴보게 된다.결국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나자신이며, 내 삶의 기준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면서,위로를 얻고 싶을 때, 멀리 보지 말고 내 주변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감사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