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째서일까.젖어있는 도쿄타워를 보고 있으면 슬프다.가슴이 먹먹해진다.어릴 때부터 쭉 그렇다.잔디 깔린 높직한 평지에 자리 잡은 맨션, 토오루는 갓난아기 때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9-)


토오루는 사진집을 네 권 갖고 있다.한 권은 시후미가 선물한 것이며, 다른 세 권은 직접 샀다.그 중 두 권은 시후미네 가게에서, 나머지 한 권은 시후미와 함께 외국서점에서 발견했다. (-68-)


달리 경험이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후미나 자신이나 이런 일에 그리 빠져드는 체질이 아닐 것이라고 토오루는 생각했다.자신이 그렇게까지 경험이 없었다는 것을 시후미도 알아차렸을 텐데, 그래도 시후미는 뭔가를 '가르쳐' 주거나 '리드'해 주었던 적은 없다. 한 번도. (-130-)


"그거 알아?"
라고 했다.
"그거 알아? '하지만' 난 너의 미래를 질투하고 있어."
토오루는 안타까움과 노여움이 동시에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노여움이 조금 우세했던 것 같다.시후미를 힘껏 끌어안았다. (-131-)


시후미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넓은 집이다. 2층에는 침실 세 개와 작은 욕실이 두대 있고,그 외 곳곳에 비품을 수납하는 천장이 있다.
" 이 별장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건 욕실이야." (-192-)


시후미의 입술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의 무언가였다.키스 도중, 시후미는 몇 번씩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말도 안되게 사랑한다고 말했다.이런 일 믿어지지 않는다고.
어쩌지도 못하는 몇 분이 지나고,키스가 멈추어도, 두 사람 다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251-)


키미코는 처음부터 울먹였다.무슨일이었을까.
너의 얼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315-)


"요시다라고 기억해?"
그리고 느닷없이 그렇게 물었다.
"동창회에서,토오루도 만ㄴ났을 테지?"
라고,
토오루는 ,만났다고 대답했다.몇 초의 '공백'이 생겼다.
"어떤 사람이야?"
다시 '공백'
질문 받은 토오루도 당혹스러웠지만, 유리 역시 물으면서 난처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325-)


일본 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이다. 15년간의 시간의 간격을 깨고 재출간되었다는 것은 ,그 소설에 대한 작품성과 흥행성은 어느정도 보장받았다는 의미이다. 소설은 2005년 그때 당시의 우리의 또다른 사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제 갓 스물이 된 토오루와 마흔이 된 시후미, 두 사람은 정서적인 교감을 형성하게 된다.불륜관계이면서, 불경하다 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연상연하 커플로서 불완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2000년,21세기 밀레니얼의 첫 시작, 한국으로 보면 , 한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386세대 여자와 x세대의 남자가 만난 셈이었다.이 소설을 펼쳐들면서,점점 더 나 자신과 토오루를 동일시하면서 읽어가게 되었으며, 토오루의 세계관을 분석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두 사람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관계였으며, 서로 불편한 모습일 수 있는 토오루와 시후미의 모습이었다.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이 불편한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연상연하 커풀에다가 남편과 가게와 돈을 가지고 있었던 시후미가 아들뻘이 되는 남자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게 된 과정들이 사실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토오루의 내면 속 심리적인 변화들을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분석해 나갔다.


토오루는 시후미를 사랑하는 관계이면서,존경하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하지만 모든 것은 일방적이진 않다.각자가 가지고 있는 요구와 욕망이 일치하지 않더라도,접점을 이루면 관계는 형성될 수 있다. 일방적인 관계의 끝은 언제나 파괴와 공격적이기 때문이다.시후미도 토오루와 만남을 가지면서,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것은 시후미가 얻을 수 없는 토오루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즉 이 부분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이다.우리가 아기를 볼 때 아기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무의식적인 질투심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그와 똑같은 것이었다.시후미는 토오루와 만남을 통해서 긍정적인 씨앗을 얻을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토오후의 동창이었던 코우리, 코우리의 연상 연인 키미코는 코우리보다 15살 많은 아가씨였다.코우리는 유리와도 지속적인 만남을 추구하는 삼각관계 그 자체였다.소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토오루와 코우지는 동창이면서, 취향이나 비슷한 점이 있었고, 여서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키미코는 시후미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키미코가 가지고 있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천진난만함과 코우지의 어른스러움,이 두가지 조건은 열다섯의 나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서적인 교감관계였으며, 그 과정들이 그 시대에는 허용되지 않는 부산물이었지만, 15년이 지나 지금의 모습으로 이 소설을 보면 관대해짐을 느끼게 된다.그건 트렌드의 변화 ,우리의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우리의 생각들을 바꿔 놓은 것이었다.한 편의 소설이 시간적인 간극을 훌쩍 뛰어 넘어 다시 읽혀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