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 김흥숙 시산문집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성찰 1
김흥숙 지음 / 서울셀렉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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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편리와 안락을 구가하며 살 만한 나날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을 멈춘 아이들이 되어 나이와 지혜는 무관한 것이 되었습니다.이런 날이 쌓여갈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찾아왔습니다. (-7-)


점 

팔뚝에 앉은 까만 벌레한 마리
내려쳐도 문질러도 꼼짝 않는다.
이런 독한 놈!
가만히 들여다보니
벌레가 아니고 점이다.

몸에 박힌 점과
잠시 앉은 점도 구별 못 하는 
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예쁘다 밉다 한다
옳다 그르다 한다.(-40-)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는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누고 싶은 것을 주려 하는가.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려 하는가.

전자는 자기의 관철이고
후자는 선물일 가능성이 높다. (-87-)


저출산의 좋은 점

태어나는 이가 많다는 건
눈물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
욕망이 많아져 허기가 늘어나는 것

태어나는 이가 줄어든다는 건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는 것
움직임이 줄고 그리움이 늘어나는 것
사람이 점차 귀해지는 것, 노인마자! (-124-)


쉿!

모든 것은 입에서 시작되었네
사람을 조롱하는 입
친절과 온기를 잃고
수다와 허언을 찬양하며
과식을 부추기고
밤낮 기복 재판하는 입

모든 것은 코에서 시작되었네
장미와 카네이션과 비와
바람의 향내를 잊고
단짠단짠과 고기고기
무한리필과 노다지
천국을 찾아 킁킁거린 코

모든 것은 발에서 시작되었네
집과 흙돠 무덤을 잊은 발
뿌리내리는 법을 잊고
쉼없이 낯선 곳으로 달린 발

모든 것은 눈에서 시작되었네
구름과 별,이슬과 눈물을 잊고
코 앞 현실엔 커풀 내리고
가상현실을 헤매는 눈

모든 것은 귀에서 시작되었네
나비의 날갯짓과 새의 노래
봄비의 입맞춤과 문 닫고
소음에 팔린 귀

그 입 그 코 닫아라
그 발 멈추어라

눈과 귀는 열어두니
이방보다 낯선 너희 속 보아라
네 이웃의 신음에 담긴
네 목소리 들어라

마스크를 쓰고도 험담하는 자
마스크를 쓰고도 거짓말하는 자
마스크를 쓰고도 볼륨을 높이는 자
그 코와 혀가 썩은 무처럼 녹아내리리

너희를 대신해 죽은 자들을 위로하라
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는 것
깨달은 자들은 두려워 말고 침묵하라
그믐달처럼
쉿! (-170-)


말그대로 아우성이었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조금씩 조금씩 전국으로 확산되더니, 대구가 문제였었다. 모 종교단체를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경제 문제를 들먹들먹 거리면서,화풀이 할 곳을 찾아가게 된다.누군가는 그 욕받이가 되어야 했고, 누군가 만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그 와중에 누군가 헛발짓을 하게 된다.그런데, 세상은 정말 요지경 속이었다.한국의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가 되자 마자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그건 맞는 말이었다.그러나 그 와중에 그걸 맞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현상을 보지 못하고,본질에 다가가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점만 찾아내려는 이들이 자꾸만 보여졌다.


아직 현재진행형이었다.신종이라 하지만,독한 신종이었다.모든 걸 멈추게 만들어버린 독한 신조은 사람들을 침묵하게 되었다.경제가 어렵지만, 서로 견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다.분노 속에 침전이라 할까, 그 마음 들이 느껴졌으며, 우리의 삶음 조금씩 평온해졌다.시와 산문이 어우러지는 김흥숙님의 책 <쉿>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성찰하게 된다.코로나 이전의 대한민국과 그 이후의 대한민군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자각하는 순간이다.침묵하지 않으면,침묵 시켜 버리는 우리의 삶이 결국에는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우리가 얼마나 옳은 것에 집착하는지 알게 되었다.옳지 않아도 옳다 말하는 세상 속에서 코로나는 그 부작용을 여실히 표출하게 된다.우리느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은 간극을 느꼈으며, 왜 침묵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즉 우리는 스스로 우물 속에 갇힌 개구리 신세였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스스로 체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무기력해지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조금씩 느끼게 된다.다만 염치없는 이들은 그들의 점을 자꾸만 들추려 하는 모습들이 보여졌다.그들의 소유욕과 집착과 편협됨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많은 예측들이 그 예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똑똑히 알게 되었다.바뀌고, 달라지고, 물가하락은 불가피해졌으며,디플레이션이 현실이 된 것이다.그런데 디플레이션이 혀닐이 되고 나면서, 소위 경제학자라 하는 이들의 생각과 학설들이 오류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디플레이션이 되면 호주머니의 지갑이 열리지 않을꺼라는 그들의 생각이 오류였음을 알게 되었다.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들에게 적용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경제가 살아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것이다.그것이 바로 성찰이며, 침묵허는 것, 쉬어야 하는 이유,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들을 느끼게 된 것이다.코로나는 이렇게 우리 삶을 많이 흔들어 놓고 있으며, 마스크에 숨어있는 인간의 오감과 욕구와 욕망을 감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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