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줄리아 새뮤얼 지음, 김세은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가족과 친구의 죽음은 그동안 몰랐던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준다.빗장을 풀어 깊숙이 감춰진 비밀을 들춰내 세상 누구보다 가까웠던 고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다.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내가 겪은 사별의 복잡성이나 상처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8-)


스티븐은 일터에서 병원 전화를 받고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병원에 도착하자 누군가 나와서 아내가 임종했다면서 습기 가득한 음산한 방으로 안내했다.문 앞에 자잘았는데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아내를 가까이서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문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봤다.예사로운 일이 전혀 예사롭지 않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말았다.(-65-)


셰릴은 무심결에 스카프를 집어 냄새를 맡더니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눈물을 펑펑 쏟고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목 놓아 울었다.스카프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은 뒤 울다가 눈물을 훔치는 과정이 몇 분 간격으로 꽤 오랫동안 되풀이됐다.스카프가 타임머신 역할을 한 셈이다. (-126-)


자살자의 유가족은 자살의 원인 제공자로 낙인이 찍혀 죄책감과 수치감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살은 가문의 망신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주변 친구나 동료들은 유족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결국 아무 말도 못 해주고 그 결과 유족은 극도의 고립감을 느낀다.또한 틀림없이 가족들이 뭐라도 잘못한게 있으니까 자살하지 않았겠냐는 뭇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유족은 '나쁜 형'또는 '나쁜 어머니'로 낙인찍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194-)


부부는 서로의 심경을 들어본 결과 부부 사이가 이토록 힘든 이유가 딸을 잃은 슬픔 때문임을 알게 됐다.다만 겉으로는 '사뱔의 슬픔'이 아니라 극심한 죄책감,답이 없는 질문,분노,서로 멀어짐,고독감으로 나타나 감춰져 있었을 뿐이었다.굴극적으로 슬픔은 자신들을 연결해주고 나아가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매개체였다. (-254-)


몇시간 뒤 나는 비버라에게 작별을 고하고 짧은 포옹을 나눴다.바버라는 "오늘 와주셔서 감사했어요,또 오실 거죠?"라고 물었다. 당연히 그러겠다고 말했지만, 둘 다 장담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고 서로의 감정을 읽고 있었다.바버라가 격한 포옹을 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데 온몸이 후들거렸다.아무래도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아 힘들어서였다.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나였다. (-300-)


산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그것이 우리의 인새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누군가 내 앞에 있었던 사랑하는 이가 사라질 때 느끼는 허무함, 빈 자리를 느끼게 되는 건 우리의 삶에 결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나와 밀접한 관계의 무군가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는 익숙한 일상이 낯선 일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여기서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언급하게 되는 이유,어떻게 하면, 살아있는 사람을 가볍게 떠나보내고,일상을 회복해 나가느냐는 너무나 중요한 가치이자 목적이 될 수 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선택하고,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살아있어서다.온전히 나혼자 있다면,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목적을 부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함부러 대할 때가 많았다.그러나 알게 된다.익숙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사라질 때 느끼는 수많은 흔적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돌이켜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나의 또다른 모습이 감춰져 있었다.자살을 한 사람,친구의 죽음,지인의 자녀의 죽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죽음들,,그들의 삶이 마감되는 순간,그것이 내 삶과 엮이지 않더라도 나는 스스로 무너질 때가 있다.추스리고 싶어도 추스리지 못하는 그 순간들,미안함과 좌괴감,쓸쓸함과 외로움은 내 삶을 억압하게 되고, 나를 가두게 된다.즉 이 책에서 저자의 상당 기록들을 보면 내 주변에 누군가 사별하게 되어서 슬퍼할 때, 그 사람 곁에 말없이 묵묵하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일기를 쓰고, 표현을 하고, 운동을 하고,명상을 하는 것, 그것이 죽음을 내 앞에 두면서,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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