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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전문적인 그림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뉴욕과 버지니아 농장에서 보냈던 전원 생활의 소박한 풍겨을 화폭에 담아낸 그녀의 그림은 누구에게나 친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20세기 초반의 시골 풍경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미국의 원초적인 풍경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를 일깨운다며 애정을 드러냈다.평생 농장 일을 하며 자녀를 키우는 데 전념했던 모지스 할머니가 노년에 이르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남편을 사별한 슬픔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었다. (-16-)
여러 개의 캔버스를 펼쳐 놓고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던 피카소는 언젠가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나는 화폭에 무엇을 옮길지 모르고, 심지어 어떤 색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작업하는 동안 내가 무엇을 그리는지 모른다.그림을 시작할 때마다 나는 자신을 공중에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언제 땅에 내려설지도 전혀 모른다."무언가에 홀린 듯 그림 작업을 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양새디. (-147-)
반 고흐는 현대의 심리학과 정신의학적 개념으로 설명되는 몇 가지 문제들을 겪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옭아매던 정신적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더욱 창작에 매진했다.그의 그림은 고통의 기록인 동시에 정신적 출구를 향한 질주의 증거인 셈이다.동생 테오 역시 일찍부터 형의 반 고흐가 그림을 통해 부적응과 불안정한 충동을 잠재울 출구를 찾길 원했다.간질과 청각장애를비롯한 여러가지 신경학적 문제를 앓던 고흐는 야외로 나가 그림을 긔는 일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한 최고의 치료법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212-)
병으로 인한 죽음과 상실의 고통이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렸던 그에게 <병든 아이>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였다.질병과 죽음에 관한 기억과 감정이 색채와 텍스첲를 엮어 완성된 이 작품은 뭉크의 생생한 일기를 보는 것 같다.얼굴을 묻은 보호자의 좌절과 우울감이 고스란히 저해온다.23세에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해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고, 동일한 모티브를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형식과 구도를 적용해 1926년까지 반복적으로 그린다.사랑했던 누나의 죽음이 인생 전반에 얼마나 깊은 충격을 주었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뭉크의 심정에 공감할 것이다. (-223-)
심리학 하면 프로이트와 구스타프 융이 생각난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아들러도 포함하고 있다. 심리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립되었으며,인간의 내면의 마음을 읽어나가는데 중요한 주춧돌이 되어왔었다. 이제 우리는 심리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상업적인 것과 미적인 향유, 책에는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미술은 자기치유적인 성격을 가지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구스타프 융, 프로이트가 없었던 그 시기에 심리학의 역할, 자기 치유의 매개체가 되었던 게 미술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미술은 심리학이며, 심리학은 미술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이들 중에서 표현주의 사조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심리학의 정수, 인간의 불안과 고통, 분노를 잘 표현한 것이 표현주의였기 때문이다. 표현주의 미술 사조는 고흐와 뭉크가 먼저 떠오르며, 그들은 자신의 자화상을 직접 그려내면서, 내면의 충동적인 것들을 털어내게 된다.그런데 고흐는 왜 자신의 삶을 아프게 하였고, 그 독한 압셍트를 마셨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유난히 파란 색을 다양하게 써왔던 고흐의 그림 속에는 지금 과학적으로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었다. 뭉크의 그림은 뭉크의 삶 그 자체였다.불안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미적으로 승화시켰던 뭉크의 그림은 산만하고,음울하고, 불안하다, 조화와 균형이 사라진 그림 속에서 자신의 모습 속에 뭉크만의 웅크린 미술적인 구도를 엿볼 수 있다.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 안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그림을 그려내고,화가로서 세계관을 표출해 나간다면,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인정하게 된다. 그것이 그들만의 심리적인 기제였으며, 특벼한 경험들이 그림 속에 녹아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