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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황의건 지음 / 예미 / 2020년 5월
평점 :
마루 한 쪽에 세워 둔 고장난 엔티크 괘종시계는 벌써 15년이 지나도록 열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고,정수리 위에서는 쭈뻣쭈뻣 그 무엇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결국에 엄마는 말의 씨가 돼, 내가 살고 있는 집 옥상에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났다.나는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엄마를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8-)
그때,내 나이 겨우 열 네살,둘째가 나보다 두 살 어렸고, 막내는 고작 일곱 살이었다.50년 같았던 5년이 흐르고,나는 고3이 되었다.우리를 돌봐 주시던 파주댁 할머니는 개학 전날, 우리 셋과 함께 저녁을 잘 차려 드시고는 그날따라 몸이 좀 고단하다 하시곤 일찍 잠자리에 드셨고,다음 날 새벽 께 유언도 한마디 못 남기시고는 그 길로 그냥 우리 곁을 떠나셨다. (-48-)
우연이든 필연이든,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당사자에게 그 순간부터 새로운 시작을 선언해 주는 행위란 생각이 들었다.우리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우리에게 이름을 지어 주셨을까? 새로운 시작을 간절히 원했기에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바꿔야만 했을까? 어쩌면 엄마는 우리를 비정하게 버린 게 아니라, 엄마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떠났던 건 아니었을까? (-112-)
천사의 날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이유는 나도 모른다.그저 딱 한번 스치듯 만나 사랑을 나누었을 뿐인데 살면서 나는 그녀를 잊지 못했다.내게 그녀는 성적으로 매우 강렬했던 것만큼이나 인간적으로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그리고,찔레를 구해주던 날 새벽,그녀를 극ㅈ벅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이번에 또다시 그녀가 내 인생을 그냥 스치고 지나가게 놔둘 수 없었다. (-130-)
우리 인생은 필연과 우연이 교차된다.필연적으로 운명적인 인연과 함께 할 때도 있고,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그 가운데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피로 맺어질 ,혈연이라 할 정도로 애틋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이러한 혈연이 혈연 그 자체로 끝나지 않을 때가 있다.소설 <장녀>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 장녀의 이름은 '사샘'이었다.밑으로 두 남매(?) 사강과 사솔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채우지 못한 욕망을 몸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었다.남자와 만나고,몸을 팔고, 그 순간을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면서, 사샘은 자신의 삶의 운명적 굴레와 엮이게 된다.사샘이 그렇게 한 이유는 엄마의 부재였다. 옥상에서 떨어진 이름 ,사메주였던 엄마의 본명, 그래서 엄마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나게 된다.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사샘과 사강 그리고 사솔은 나름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하나의 엄마라는 존재로 인해 그들은 홀로서기가 더 빨라졌을 뿐이다. 특히 두번 째, 사강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군대를 다녀 온 후 성전환 수술을 하면서,세 남매가 사 자매가 되어 버렸다.누나와 오빠와 여동생이 아닌 언니와 둘째 여동생과 막내 여동생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그 안에서 사샘에게 변태가 옴 붙어 버렸다.그 변태는 어떤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아이였고, 편의점에서 다시 만나는 운명적으로 엮이고 말았다.한 쪽에서는 사샘을 알아보았지만, 사샘은 그 스토커를 알아보지 못하였다.그렇게 소설은 장녀 사샘에게 엮이게 된 주변 인물들로 인해 인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악연과 인연,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소설 이야기,우리의 인생을 살펴보게 되었고, 내 주변에 사샘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는 누굴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