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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계절
박경자 지음, 손병두 엮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5월
평점 :
우리 부부는 1968년 10월 10알 결혼했다.미아리고개 아래 한옥집 문간방을 전세로 얻었다.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이었다.우리의 신혼살림은 이렇게 시작했다.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두렵지 않았다. (-4-)
우리의 결혼생활도 세월이 흘러 어느덧 1년 반 전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맞았다.집사람이 우리 도곡성당 ME가족들 카톡방에 '부부대화교실' 대표인 양상규,김미희 부부가 제공하는 대화제목을 보도 에세이 식으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써서 올렸다. (-6-)
저는 약속시단에 늦어지는 남편을 기다리면서 그 시간만큼 감자가 폭삭 삭듯이 삭아드는 느낌입니다.멀쩡한 내가 삭아지는 억울함이 미세먼지 나쁨 단계에서 숨 쉬어야 하는 것처럼 속상합니다. 하루 중 한 허리를 베인 것처럼 마음이 아픕니다.상한 음식을 먹은 듯이 아쁜 기분 속에서 지내려니,젖은 옷을 입고 있듯이 마음이 눅눅합니다. (-43-)
돈보스코는 소리에 예민합니다. 교통이 좋은 길옆에 살 때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자는 것 같다면서 불편해했습니다.저는 다름과 틀림을 색맹처럼 구별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정말 짜증스럽고, 속상하고,답답했습니다.
달팽이가 90cm 를 전진하는데 17분이나 걸려도 ,경주를 핮밚아요.저도 그처럼 버티어 보려고도 했었지요. (-113-)
저희가 신혼 때 화곡동에 살았습니다.천막 성당에서부터 시작했던 그곳은 사회 초년병들이 둥지를 트는 곳이라서 신부님께서 모금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돈보스코는 앞 뒤 생각하지 않고 큰 금액의 성당 건립기금을 내기로 약속했고,저는 가정 경제가 부도나지 않게 애를 써야 했었습니다. (-139-)
탁류처럼 밀려드는 서글픔, 서운함은 털어내도 나를 위돌지요.
옷방의 구조를 바꾸면서 ,있는 헌 거울을 활용해 보려고 여러가지 궁리를 했습니다.
무거운 거울을 거치대까지 옮기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드디어 알맞은 곳에 잘 설치했습니다.부부관계도 고장난 시계를 고치듯이 해야지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려고 서둘면 더더욱 엉킬 것 같아요. (-201-)
'다르다고 ,틀렸다고 ,고집 세우지 않고,달패이처럼 노력해서 소통할 때 공감할 수 있었고,그래서 힘이 더 보태지더라.
전하눈 말 속에 오랜 세월 쌓아온 깨달음이 엿보입니다.' (-278-)
박경자씨 (율리아나) 와 손병두씨(돈보스코) 부부는 1968년 결혼하여, 손병두씨는 서강대 총장까지 역임하고 퇴직하게 된다. 2008년 아내와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열었으며, 백년해로를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된다.부부 사이에 보여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서로간에 가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문제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서로 생겨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충돌하게 되었고, 부부 갈등도 여러번 있을 수 밖에 없다.즉 50년 동안 생겼던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소중한 가치들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더군다나 예기치 않은 이유로 폐암 수술을 받았던 박경자씨를 돌보기 위해서 총리 후보자로서 고사하기에 이르렀다.돌이켜 보면 출세를 버리고 가정을 생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고, 10년전 두 부부 사이에 소중한 가치들을 하나 둘 배워 나갈 수 있었다.
박경자씨는 남편을 돈키호테라 부르고 있었다.사회에서는 호인이지만, 집안에서는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결정하는 스타일이었다.항상 기다렸고,남편을 내조해오면서,겪어야 하는 삶의 부대낌은 온전히 박경자씨의 몫이었으며, 그것이 남편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였다.그럼에도 사람이란 서운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다.다른과 틀림은 서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알지만, 마음과 몸은 항상 따로 분리될 수 밖에 없었다.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남편의 모습들로 인해 가슴앓이를 해야하는 것은 아내 박경자씨 목쇼으로 돌아오게 된다.즉 이 책에서 부부 사이에 금슬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역할도 소중하다는 사실이었다.항상 남편만을 바라보면서, 느껴야 하는 그 자괴감은 부부 사이를 위태롭게 만들 때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생활패턴으로 극복해 나가게 되었다.
가화만사성 .이 책의 핵심이다.우리는 사회에 나가면서,가정의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두 부부가 50년 동안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간의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쉽고 ,때로는 즐거운 날도 있으며, 여름과 겨울이 오가는 경우도 많았다.하지만 소소한 기쁨과 감동을 잊지 않는다면, 부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정리할 수 있고 잘 매듭지을 수 있다.그것이 두 부부가 70이 넘어 80이 될때까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