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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무명 지음 / 율도국 / 2020년 4월
평점 :
남자였다.그는 오늘 저녁 8시에 안나가 차 안에서 자살했다고 건조하게 전했다.
욕을 잘 하지 않는 노아였지만 욕이 튀어 나왔다.이런 심한 장난을 치는 미친놈에게 거친 묙설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장난이었다고 사과하는 말을 맽어내게 하려고 생각나는 대로 심한 욕을 다 쏟아냈다. (-3-)
노아의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주변의 커플이 힐끔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목소리를 낮추고 ,안나를 향한 시선도 낮췄다.속삭이듯 말을 더했다.
"웃기는 소리야.그건 정말 밑바닥까지 떨어져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허울 좋은 언어 수사에 물과해.실패는 무조건 가난을 동반해.무조건.가난은 감옥의 독방 같은 거야.수 없이 날아오는 독촉장이라는 창살 하나, 압박 전화라는 창살 둘,가난은 시간을왜곡해.사소한 은행 일을 보더라도 시간이 더 필요해.그래서 창살 셋,심리적으로 위축되니 창살 넷, 가난은 또 몸과 마음을 헤쳐.창살 다섯,가난은 숨기도 싶지만 알아차리기 쉬원.지워지지 않는 얼룩 같아. 어떻게든 표시가 나게 돼 있어.표정과 걸음걸이에서도 묻어나오거든.그래서 창살 여섯.감옥에서 나오는 방법은 두가지야.착실하게 순응하면서 형기를 채우다 죽는 것.아니면 감옥을 부수는 거. (-23-)
천천히 안나의 얼굴과 뒷머리를 어루만졌다.긴장을 풀라는 작은 의식이었다.그리고 귀와 목을 간지럼 태우듯 쓰다듬었다.
안나의 어깨 위로 살포시 손을 올렸다.안나의 작은 떨림이 사라지자,손가락으로 유두 주변을 쓸었다.간지러웠는지 몸이 가볍게 움찔했다.
윗옷 한 꺼풀을 조심이 들어 올려 손을 넣었다.브라가 있었다. 와이어 밑으로 살짝 손을 밀어넣었다.날씨가 꽤 추웠는지 닭살이 손에서 느껴졌다. (-71-)
노아의 시계는 빨랐다.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디자인 작업을 하는 동시에 프로그래밍 작업도 얼추 마무리 되는 시점이었다.
이메일과 전화로 디자인 업무를 하다 일주일에 한번은 직접 이동해서 작업을 했다.편도 4시간 거리였기 때문에 노아는 수지와의 작업이 늑게 끝나면,수지를 돌려보내도 싼 여관에서 3~4일동안 머물기도 했다.'
수지는 종종 안나의 메시지에 대신 답장을 보내는 장난을 했다.노아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보낸 것이었다.(-150-)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고민했어.당신이라는 조금은 먼 호칭을 쓸수 밖에 없어.이해해줘.내 삶은 한 마디로 시작부터 끝까지 시련만 있는 우울한 영화였어.시간이 지나가는게 죽어간다고 생각했는데,어느새 살아가는 걸로 바뀌더라.당신 덕분이었어.눈을 감는 순간, 하나님보다는 당신을 떠오릴 거란 걸 알아. 어쩔 수 없어.내 믿음이라는 건 그정도 밖에 안 돼.당신이 내 전부였어.나를 아는 사람도 당신이 유일해.
삶의 끝자락에서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다쳐서 내 눈앞에서 신음하는 걸 봤어.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어.근대 내가 어떻고 보듬을 수 있겠어.그저 같이 옆에서 울고 아파하는 수밖에 없었어.(-226-)
노아와 안나의 만남,둘은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만남을 지속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합하게 되어,혼인하였고, 결혼하여 함께 살아가게 된다.그러나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트라우마는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기보다는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노아는 자신만의 기업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게 되었고, 또다른 여자,디자이너로서 함꼐 하는 수지를 만나게 된다.
소설의 저자는 무명이다. 그리고 책속에서 우리는 이름이 없는 , 또다른 형태의 무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이름은 있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호칭을 쓰는게 익숙한 우리들의 자화상, 노아와 함께 일하는 수지도, 노아의 아내 안나도 결혼하면서,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게 된다.그 과정 속에서 수지의 장난은 안정적인 직업 공무원인 안나와 도전적인 일을하는 노아 사이에 비극으로 이어지는 필연적인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부분을 주목하고 있다.우리에게 이름은 나의 정체성이 되고, 나의 가치관이 될 수 있다.그리고 그 이름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었다.하지만 이름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고, 은밀한 장소와 시간으로 밀어넣게 된다.'이처럼 이름은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이지만, 소설 속에서 이름은 노아가 자신을 세탁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누군가 추적되지 않기를 바라는 노아의 마음 속 불안과 집착,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