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길을 걷다
정만성 지음 / 다차원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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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물소리길 변천사
물소리길은 자연 속에서 몸과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에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물소리길을 만들어가겠다며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 (사단법인 제주올레)과의 인연으로 2013년 4월에 만들어진 길이다. (-15-)


세상엔 길들로 무량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들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길 같은 길인 곳 같아도
실은 다른 길이다
길은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나타난다.
이어졌다가도 끊어지고 끊어졌다가도 이어진다.
산다는 건 길을 찾아 가는 것 모든 생명이 길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간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는 기적도 일어난다.
영욕이 같이할 수 없는 길에 이르면
무수히 분해되어 다른 길로 떠난다.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길.
쉴 새 없이 가야만 하는 길
변하고 변화하면서 끝도 없이 무한으로 향하는 길
나는 그런 길을 간다.
무량겁을 가고 가야 하는 길을
단풍잎 하나 허공을 날아 떨어진다.
바람에 밀리고 날리어 멀어져 간다. (-47-)


청계산이 총체적 몸살을 앓고 있다
청계산의 독야청청 나무가 점차 고사되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도 아니고 인위적 벌목도 아니다
산은 숲이 그리고 쌓이는 낙엽이 생명이다.
낙엽이 많이 쌓인 산일수록 숲이 생명력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골짜기
여기저기 보이는 가마니같은 하얀 무더기들
그것은 시들음병으로 앓다 죽은 참나무의 무덤이었다.
그 곁에서 밑둥지가 잘려나간 아름드리 그루터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슴을 짓누르는 참담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참나무 시들음병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온산의 참나무가 시들음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럳다 낙엽이 쌓인 산길을 못 걷게 될까 염려스럽다.
지금 청계산이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86-)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 62m,가슴둘레 14m 나이는 약 1,100살로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된 아주 소중한 나무다. (-119-)


그길이 그 길 아니네

8년 전 걸었던 그 길인데
그 길이 아님을 알았다
내 몸도 그 몸이 아님을 알았다
몸과 마음의 합의하에
큰맘먹고 나선 길이다
오늘 같은 날의 선택은 정말 잘했다
하늘이 푸르니 산도 강도 푸르다
덤으로 내 마음도 푸르다
오늘 같은 날은 운 좋은 날이다
고맙다 하늘아 강아 바람아
남한간 강면은 사철 걷기에 좋다.
특히 오늘은 운수 대통인 날이다
길을 나서면 가끔 이런 날을 꿈꾼다. (-141-)


한 해를 돌아보고 보내는 길 위에서

이 한해가 지나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겠지요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한다
년초에 세웠던 계획은 오간데 없고 감사 인사마저도 잊어버린
돌이켜 볼수록 약점만 너무 많았던 지난 1년이 부끄럽다

그래도 태양은 뜨고 달도 지고 하는 시간들은 변함없는데
나약해져만 가는 지친 마음들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나마도 조금은 위로의 한해가 되지 않나 싶다

우리모두는 서로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기에
조금씩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사랑과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곳 카페에서나마 
누구에게나 열려진 이 공간에 우리의 작은 향기도 
때로는 필요로 하는 이에게 샘물과 같은 향기가 된다.

우리 멀리 있어도 가슴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매년 하는 마무리 병신(丙申)년 마지막까지 무척이나 어수선한 즈음

건강도 하고 행복도 있고 희망도 있는
따뜻한 마음들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189-)


여보게 지금 어디쯤인가?
길에게 묻는다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다시 묻는다.
저 하늘 구름에게 흘러가는 저 강물에게
물어보라 하네
구름아 강물아 그대가 부럽구나
열 걸음 걷다 아홉 번을 돌아봐도
아홉 번 모두 아름다워 보이는 길
아름답다 좋다는 말 이외에
그 어떤 수식어를 찾기 못하고
중얼거리며 그 길을 간다. (-252-)


작가에게 길이란 인생이었다.인생길 앞에 두려움 한 폭 펼쳐 놓고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때로운 무모하고,어리석은 길일 수 있다.때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한데도 꼭 가야 하는 길도 있었다.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때로는 사유였으며, 때로는 생각이었으며, 때로는 존재였다.명상을 한다는 것은 정적인 구도의 자세가 될 수 있고, 걸어다니면서 명상을 하는 것도 있다.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 앞에 놓여진 길을 걸어가면서 누군가 밟아놓은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걸어온 길은 양평, 남양주, 인천,동두천 그리고 춘천이었다.공교롭게도 거대한 물길과 엮이게 되는 길이었고, 사람의 흔적이 드문 길이기도 하였다.주인이 없는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기억 속의 길이 다름을 파악하게 된다.길은 인간에 의해 단절되고, 자연에 의해서 단절된다.그 단절된 순간을 온몸으로 느낄 때,처음의 길을 새로운 길로 덕지덕지 덮어쓰여지게 되는 것이다.길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지극히 주관적이며,지극히 오만하다. 길을 걸어가면서, 인간 스스로 성찰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단절된 길을 꾸역꾸역 가려는 것보다,잠시 쉬었다가 돌아서가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누구에게나 허락된 길이지만 그 길이 누구에게나 허용된 길은 아니었다.때로는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내의 색채를 머금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뚜벅뚜벅 걸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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