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고은경 지음, 이명환 그림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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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국간장과 진간장을 또 헷갈렸내.

일흔 넘어 배우는 요리 솜씨는
쉬이 늘지 않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꼼꼼히 일러 주어도
여전히 실수가 많습니다. (본문)


당신이 마지막으로 머문 이 곳이 고향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모임에 들를 뿐인데
가족을 맞이하듯 나를 반깁니다.(본문)


책의 첫 페이지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그만 얼어버렸다.누군가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내 가까운 가족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순간은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함께 살아갈 때 몰랐던 소소한 것들이 어느덧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가족과 서로 헤어지고, 그 안에서 쓸쓸함과 고독함, 외로움을 느낄 때,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버겁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유다.


이 책은 사별에 관한 이야기다. 책 속에 등장하는 초라한 노인의 모습은 아내를 먼저 떠나고 혼자가 된 남편의 일흔의 모습이 비추어지게 된다. 일흔이 넘어서 세상을 떠난 아내가 없는 빈자리, 요리도 직접 해야 하고, 식사도 혼자서 해야 하는 그 순간, 아내의 잔소리가 자꾸만 그리워질 때가 있다.누군가에게 들어보라고 건네는 혼잣말이 자꾸 늘어나게 되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혼자가 된 남자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허리와 어깨가 구부러지고, 아내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지만, 그것을 먹어줄 이도, 말을 건네는 이도 가까이에 없었다.돌이켜 보면 이 책은 바로 나의 이웃의 모습이다. 나에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노인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진 이를 알고 있어서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요리도 직접해야 하고, 청소 빨래도 혼자서 해야 하는 그 현실, 누군가 직접 가르쳐 주지만,그것을 스스로 해내기에는 너무나 벅찰 때가 있다.그 이야기 하나 하나가 고스란히 느껴졌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내 삶을 반추하게 되고, 나의 슬픈 자화상이 자꾸만 보여지게 된다. 우리 노래 가사에 '있을 때 잘해'라는 그 말이 그냠 있는 말은 아닌 거다.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을 챙기게 만드는 감동어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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