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정재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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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간다.아기는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없다.그저 주어진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뿌리가 모든 환경에 직면해 살아야 하는 것처럼. (-6-)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모여 있는 지구에는 사람이라는 존재들이 생겨나 살아간다.지구가 멸망하면 허망하게 없어질 존재들이 무엇을 위해 이 작은 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무엇 때문에 나라는 점 같은 존재가 살아가는지,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나는 이대로 괜찮은지, 모든 의문들이 은하의 별처럼 쏟아졌다.(-36-)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아니, 경험에서 오는 생각이 다르다.어쩌면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연애 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또는 그 나이대 남자들의 특징일 수도 있고 나에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랬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그말만은 마음에 들었다.바쁠 것 같아서,아직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조심스러워져,문자보다 전화를 좋아해서,이 외의 또다른 말들이 아닌 그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렸다."당신의 생활을 존중해요." (-46-)


그래,그는 그런 사람이었다.지금도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람,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서 찾아주는 사람, 무엇이 가치 있는지 아는 사람,진정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말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라는 사람을 만나 감사했다.(-77-)


그래서일까,나로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죽음이라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무서움에 사로잡히겠지만 죽는다는 사실에 떨지는 않을 것이다.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이를 받아즐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한다.인간의 몸은 소멸하겠지만,좋든 나쁘든 나로 인해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시 타인들에 의해 꽃씨처럼 흩날려 어느 곳엔가 자리 잡을 것이므로,나를 기억하지 못함에 슬퍼할 일이 아니며, 모든 인간 속에 나 또한 같은 사람으로서 존재했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뿐이라 생각한다. (-111-)


어떤 이물질을 묻히고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다.'사람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봐주었으면 한다.어떤 환경에 감싸여 사람이 되고 환경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은 한 사람의 삶에 묻어나는,사람이 주인공인 배경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 (-156-)


소중했던 만큼 소유했던 만큼 잃게 되는 순간, 버려지게 되는 순간, 더 큰 상실감돠 좌절감 그리고 아픔이 따라온다.반지 또한 그러했기에 나누었던 것이니 그 가치는 배가 되어 돌아오겠지.참 간사하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반지이니 가치를 떨어트릴 일은 없을 거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그럼에도 내 마음에 추는 이미 달아졌고,평생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쿵'하고 떨어지지 않도록 ,'끼익'하고 녹슬지 않도록,그러니 나의 결혼은 추의 무게를 가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 (-216-)


살아가며,배운다.책 속 에세이, 저자의 직업을 느낄 수 있었다.미술을 공부하고,미술심리를 익히고,직업도 미술 상담이었다.'저자는 나의 인생의 저울추를 들여다 보게 해주었다.살아가면서,느꼈던 수많은 인생이야기,그 하나 하나가 깊이 느껴졌고,나의 삶을 비춰보게 된다.나의 생각과 공통점은 공통점 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점은 다른데로 나의 생각과 비교하게 된다.나와 충돌되는 그 접점에는 서로 타협을 보게 되었다.이 책은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를 담어내고 있었다.아니 저자의 생각 안에서 나의 생각을 채워 나가게 된다.인간의 삶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놓여져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주어진 삶들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왜 우리는 살아가야 하는 걸까, 왜 우리는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고, 무섬증을 느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 책은 하나의 답안을 제시하고 있었다.결국에는 그런 거다.우리는 함께 살아가고,함께 헤어지고, 소유한 것들도 결국 잃어버리게 된다.그런데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소중하지만,그 소중한 것을 기억하지 않아서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고,수중한 것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집착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집착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을 때, 나 스스로의 삶을 오롯히 세울 수 있고,누군가의 생각들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지극히 나에게 관대한 나 자신의 편협한 생각에서 스스로를 내려놓게 되는 순간도 그 과정 속에 포함된다.


결국은 그런거다.모든 것들은 소멸된다.나라는 점조차도 소멸되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 조차도 자연 속에서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그것은 매순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떤 일에도,무슨 일에도 초연해 질 수 있다.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것,사람에 집착하지 않는 것, 시간에 집착하지 않는 힘을 가지게 된다.그렇게 되면, 나의 생각도 타인의 생각도 존중하게 되고, 그사람의 선택이나 결정에 대해서 나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되면 나의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된다.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그러한 것들이 책 속에 하나 하나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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